<69> 약품을 제대로 보관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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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훈 약사▲ 정재훈 약사
독감 백신 사태 이후 의약품 냉장보관에 대한 관심이 높다. 백신과 같은 생물학적 제제는 냉장 또는 냉동 보관이 중요하다. 상온에 노출되면 성분이 변질되어 효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 이로 인해 백신으로 예방하려 했던 질병에 감염될 위험이 커진다.

그러나 백신을 냉장고에서 꺼내기만 하면 바로 효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꺼내자마자 문제가 생긴다면 백신을 주사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주사제에 따라서는 동결건조된 유효성분과 희석액을 따로 보관했다가 사용 전에 둘을 섞어서 재조제(reconstitution)하여 투여해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보통 이렇게 재용해한 뒤에는 30분 이내에 주사해야 하며, 30분이 경과한 경우는 폐기한다.

백신의 경우에도 제품에 따라 온도에 따른 안정성에 차이가 있다. 얼리면 성분이 파괴되므로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이 있고 반대로 냉장으로는 안정적 보관이 어려워서 반드시 냉동 보관해야 하는 제품도 있다.

콜레라 예방을 위해 먹는 경구콜레라 백신의 경우에는 얼지 않도록 2-8℃에서 냉장 보관하는 게 원칙이지만 한 차례 상온에서 노출된 경우에도 25℃를 넘지 않는 한 2주까지는 보관이 가능하다. 발포 과립을 찬물에 녹인 후에 백신을 혼합한 액체는 2시간 이내에 복용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약국에서 백신을 받아 냉장팩에 포장된 채로 병의원으로 가지고 가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국내의 경우 가정에서 백신을 보관해야 할 일은 없다. 하지만 당뇨병으로 인슐린 주사를 사용하는 경우는 역시 보관이 중요한 문제가 된다.

일반적으로 인슐린도 개봉 전에는 2-8℃에서 냉장 보관해야 한다. 냉장고 문, 맨 윗칸, 바닥, 깊숙한 안쪽은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가거나 요동칠 수 있으므로 피하는 게 좋다. 냉장고 맨 윗칸 깊숙한 곳에 넣어둔 김치에 살얼음이 언 것을 봐도 그 자리가 2-8℃를 유지하기엔 지나치게 춥다는 걸 알 수 있다. 개봉 전 인슐린 보관은 냉장고 가운데 칸 가운데 자리가 이상적이다.

하지만 개봉 뒤에 자주 사용할 때 냉장고 한 가운데 보관하는 건 불편하다. 다행히 사용 중에는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다. 30℃ 이하에서 보관하면 된다. 이때는 4주(28일) 동안 사용하고 나머지는 폐기해야 한다.

안약도 보관에 주의가 필요한 제품이 있다. 녹내장에 사용하는 안약의 경우 다회용은 실온 또는 냉장 보관이 가능하지만 일회용은 반드시 냉장 보관해야 하는 제품이 있다. 다회용에는 안정성을 유지하고 세균오염을 막기 위한 성분이 추가로 들어있지만 일회용에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간혹 안약을 사용하고 나서도 안약이 눈에 제대로 들어갔는지 몰라서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는 안약을 일부러 냉장보관해서 차갑게 하여 눈에 들어갔는지 느낌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도 한다.

먹는 약의 경우는 물약으로 된 항생제가 냉장보관을 필요로 하는 약으로 대표적이다. 보통 약국에서 가루 상태로 항생제를 보관하다가 조제시 물을 타고 흔들어서 서스펜션이나 용액으로 만들어주는 경우에는 냉장 보관을 하도록 권장하는데 그렇게 해야 보관 기간이 길어지기 때문이다. 아목시실린만 들어있는 서스펜션은 냉장 시에는 14일까지 상온에서는 7일간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아목시실린과 클라불란산이 함께 들어있는 시럽제는 조제 후 냉장 보관해도 7일 동안만 사용할 수 있다. 반대로 상온에서도 안정적이고 냉장 보관하면 너무 끈적끈적해져서 사용하기 어려우므로 냉장 보관을 피하고 차광된 실내에 보관하도록 권고하는 항생제 제품도 있다.

모든 약을 냉장 보관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설명한 항생제처럼 액체로 된 약이지만 냉장보관하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약국에서 실온에 보관하여 판매하는 약을 굳이 집에서 냉장 보관하는 것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약을 냉장고에 넣었다 꺼냈다 하는 과정에서 습기가 차서 도리어 변질이 될 우려가 있다.

그러나 여름철 실내 온도와 습도를 쾌적하게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라면 연질캡슐 같은 제형의 약은 냉장 보관하는 게 좋다. 연질캡슐이 공기 중의 수분을 빨아들여 들러붙거나 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습기가 높은 부엌이나 화장실에 약을 보관하지 말도록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약품 별로 복잡한 보관 조건에 대해서 일일이 외워야 할 필요는 없다. 약을 타갈 때 약사와 확인하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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