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 부처꽃(Lythrum anceps)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7-05-17 09:35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 순 경
백두에서 한라까지 전국의 냇가나 습지 어디서든지 무리지어 자라므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 부처꽃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겠다. 부처꽃은 부처꽃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로서 가지가 갈라지면서 네모진 줄기가 1미터 정도 높이로 자라고 좁고 기다란 형태의 잎은 줄기에 서로 마주나고 잎자루가 없다.

5~8월에 줄기와 가지 윗부분의 잎겨드랑이에 3~5개의 홍자색 꽃이 돌려 피는데 층계를 이루고 위로 올라가면서 차례로 핀다. 무더기로 자라면서 줄기마다 선명한 색상의 붉은 꽃이 많이 피어서 화려하고 또한 개화기간이 길어서 오래 동안 즐길 수 있는 야생화의 하나이다.

꽃받침은 원기둥 모양이고 끝이 6개로 갈라져 있고 6개의 꽃잎은 완전히 서로 분리되어 있다. 수술은 모두 12개로 6개는 수술대가 길고 6개는 짧으며 암술은 1개이고 암술대는 수술대 보다 짧다. 암술과 수술은 꽃잎 밖으로 완전히 노출된 상태이다.

꽃이 질 무렵 줄기를 반 정도 잘라 놓으면 새로운 줄기가 자라면서 꽃을 한 번 더 피우므로 늦가을까지 꽃을 즐길 수 있다. 흰 꽃을 피우는 개체도 있으며 이를 ‘흰부처꽃’이라 하고 식물 전체가 털로 덮여 있는 개체는 ‘털부처꽃’이라 한다.

부처꽃 이름은 어디서 연유한 것일까? ‘부처’의 꽃이니 당연히 불교와 연관이 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전하는 바로는 음력 7월 15일 백중날에 승려들이 불전에 제를 올리면서 부처님께 바쳤던 꽃이라 해서 부처꽃이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사찰 주변 연못에 연꽃과 함께 부처꽃이 피어있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스님들이 하안거(夏安居)를 마친 후 제를 올리는 날을 백중날이라고 하는데 하안거는 음력 4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90여 일 동안 같이 모여서 수도하는 행사를 말한다.

부처꽃 이외에도 불교와 관련이 있는 꽃의 종류가 꾀나 많다. 한 나라의 문화와 생활양식은 그 나라에 정착했던 종교로 부터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불교는 오랜 세월동안 우리생활 속 깊숙이 수며 들어 있어서 모든 면에 있어서 가장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주변에 자라는 식물들의 이름을 붙이는 작명에도 불교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있다. 불교와 관련되는 가장 대표적인 식물은 연꽃이라 할 수 있을 것이고 불두화, 부처손, 금불초, 동자꽃 등이 있고 염주와 관련된 식물로서 율무, 모감주나무(염주나무), 찰피나무, 피나무 등 다양하다.

라틴명의 속명(屬名)인 리스룸(Lythrum)은 ‘피’라는 뜻의 그리스어 리트론(lytron)에서 유래했고 종명 안셉스(anceps)는 양쪽 날개가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라틴명을 풀이하면 ‘피처럼 붉은 꽃을 피우고 줄기에 기다란 잎이 마주나서 양쪽 날개가 펼쳐진 것처럼 보이는 풀‘이라는 뜻이다. 식물의 특성을 그대로 묘사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식물 전체를 햇볕에 말린 것을 천굴채(千屈菜)라하고 설사, 이질에 지사제로 사용하고 방광염, 수종, 이뇨에도 사용한다. 물에 달인 액을 병원균에 대해서 실험한 결과 강한 항균활성이 밝혀진 바 있다. 밝혀진 성분으로 살리카린(salicarin)과 탄닌이 있으며 꽃에서는 비텍신(vitexin), 오리엔틴(orientin)이 분리되었다.

꽃피는 기간이 길어서 관상용으로 안성맞춤이고 생명력이 강하고 재배가 손쉽기 때문에 하천복원이나 생태공원 조성에도 유용한 식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