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2 – 전이성 암 환자들이 완화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교수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8-06-18 14:17

우리나라 의료경험기 12 – 전이성 암 환자들이 완화치료의 혜택을 받을 수 있길 바라며

삼성서울병원의 췌장암센터에서의 첫 진료날, 담당의사는 우리의 요구에 따라 완화치료 (palliative care)에 진료의뢰를 넣어 주었다이는 서울대 병원의 의사와는 대조적인 태도였다 - 어머니가 췌장암 진단을 받던 날 동생이 완화치료에 대해서 물어 보니까 그 의사는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면서 완화 치료에 진료 의뢰하는 것을 거부했었다.

내가 진단 당일부터 동생에게 서울대 병원 의사에게 완화치료에 대해 물어보라고 한 이유는, 어머니와 같이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 (전이성 암; metastatic cancer)을 진단받은 경우, 초기부터 종양치료와 더불어 완화치료를 함께 받는 것을 고려하라는 미국 임상종양학회의 권고 때문이다이는 종양치료만을 받는 것과 비교했을 때 완화치료를 치료초기부터 함께 시작할 경우, 수명 증가, 삶의 질 증진 등의 치료 결과가 더 좋다는 임상시험들의 결과보고에 근거한다.

삼성서울병원 담당의사가 진료의뢰를 넣은 당일 오후, 우리는 완화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가정의학과 의사를 외래로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난 가정의학과 (Family Medicine)가 완화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 좀 의아했다왜냐하면, 내가 일하는 클리닉이 가정의학과 소속이라 미국에서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무엇을 하는지 잘 알기 때문이다 - 미국에서 가정의학과는 가족과 지역사회의료 (community medicine)를 강조하며, 일차의료 (primary care)를 담당한다따라서, 가정의학과가 완화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대신따로 독립된 완화치료과 (Palliative Care Service)가 있어 여기에서 완화치료를 제공한다어머니가 완화치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난 우리나라 여러 병원들에서 제공하는 완화치료에 대해서 조사해 보았다그런데, 완화치료과가 따로 있는 병원은 없어 보였으며 대신 종양의학과나 가정의학과 의사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차의료라는 것이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정의학과가 일차의료만을 담당해서는 존립이 어려워 완화치료로도 진료영역을 넓힌 것이 아닌가 싶다그래서, 미국과 같은 수준의 전문적인 완화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진료를 받기 전에 좀 걱정되었다.

삼성서울병원의 완화치료 센터는 췌담도암 센터에 비해 훨씬 한산했다진료실 앞에 걸려 있는 예약환자 리스트를 보니, 10분 단위로 3-4명이 예약되어 있었던 췌담도 센터와는 달리, 1-2명만이 예약되어 있었다그래서, 가정의학과 의사는 어머니를 거의 10분동안 볼 수 있어서 우리는 증상완화를 위한 약물치료에 대해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다:

첫째, 췌담도암 센터 담당의사 복수 증상 완화를 위해 처방한 퓨로세마이드 (furosemide) 의한 저칼륨혈증 위험을 줄이기 위해 스피로노락톤(spironolactone)을 처방하기로 했다스피로노락톤은 칼륨이 오줌으로 빠져 나가는 것을 줄여 혈중 칼륨의 농도를 높인다, 이 약은 퓨로세마이드와 함께 간경변에 의한 복수의 치료에도 사용하기 때문에 난 이 계획에 동의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혈중 전해질 검사 오더를 넣어 주어 다음 주에 어머니의 혈중 칼륨을 검사할 수 있도록 해 주었다.

둘째, 가정의학과 의사는 통증의 정도, 부위, 빈도를 묻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통증약인 트라마돌/아세트아미노펜 (tramadol/acetaminophen) 효과 등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았다어머니께서 한 알씩 하루에 네 번 드시면 통증이 그런대로 조절된다고 하셔서 바꾸지 말고 그대로 쓰자고 해서 동의했다.

셋째, 변비약에 대해서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비사코딜(bisacodyl)을 그대로 사용하자고 했다.

가정의학과 의사는 환자와 가족들의 호소와 우려에 대해 잘 들어 주었고 해결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그리고, 내가 의사라고 생각해서인지는 몰라도 (재진에서 어머니에게 의사인 아들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약물 치료에 관련한 결정을 할 때 나의 의견과 동의를 구했다.  진료실에는 레지던트인 듯한 다른 의사도 함께 앉아 있었는데 (삼성서울병원에서는, 다른 직종과는 달리 의사들은 금빛 뱃지로 된 명찰을 달고 다니기 때문에 의사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이 분이 차트를 작성하는 것 같았기 때문에 가정의학과 의사는 진료동안 내내 우리와 눈을 마주치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완화치료 진료를 마쳤을 때, 지금까지 대형병원에서 받은 어떤 진료보다 가장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나올 수 있었다, 어머니와 동생도 의사가 시간을 충분히 가지고 환자와 가족의 의견을 구하고 치료에 대해 설명해 준 것에 대해 고마와했다.

어머니 예에서 보듯, 병원에서 의료실수를 줄이기 위해서는 여러 과와 직역간의 협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특히, 소화기 종양내과의사같이 내시경 등의 시술 (procedure)과 항암치료가 주 전공인 경우에는 완화치료와의 협진을 통해 약물치료에 관한 실수를 줄이고 증상완화를 위한 약물을 좀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처럼 큰 도움이 됨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환자로 그렇게 붐비던 외래 암센터에 비해 완화치료 진료 대기실은 한산한 것으로 보아, 아직 많은 전이성 암환자들이 완화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만약 우리가 삼성서울병원 담당의사에게 완화치료 진료의뢰를 직접 요구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도 완화치료의 혜택을 빨리 받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따라서, 병원들이 종양내과와 완화치료와의 협진을 좀 더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전이성 암 진단을 받은 환자들에게 제공하는 암교육 프로그램에도 완화치료를 포함시켜 좀 더 많은 환자들이 완화치료의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필자소개>

 

-서울대약대 대학원 졸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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