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건강한 사람도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까?
신재규교수의 'From San Francisco'
신재규 교수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5-04-20 14:12

건강한 사람도 심순환기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까?

심근경색과 뇌경색같은 심순환기 질환이 아직 발생하지 않았지만 걸릴 가능성이 높은,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의 만성질병을 가진 사람들은 심순환기 질환을 예방을 하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해야 할까?

어떤 질환에 한 번도 걸리지 않은 사람에게 그 질환이 발생하지 않도록 약을 쓰는 것을 일차예방 (primary prevention)이라고 하고, 이미 발생한 사람이 다시 걸리지 않도록 약을 쓰는 것을 이차예방 (secondary prevention)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심근경색이 발생했던 환자가 재발을 막기 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이차예방이고, 심순환기 질환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사람들이 아스피린을 복용하면 일차예방이다.

그런데, 아스피린을 일차예방약으로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스피린의 사용에 따른 이익 (benefit)과 위험 (risk)이다.  왜냐하면, 약은 위험에 비해 이익이 더 클 때에만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스피린의 사용에 따른 이익은 심순환기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고 위험은 출혈을 일으키는 것이다.  따라서, 일차예방을 위해 복용한다면 심각한 출혈을 일으킬 가능성보다 심근경색과 뇌경색 등 심순환기 질환을 예방할 가능성이 더 클 때 아스피린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미국의 여러 의학단체들이 아스피린을 일차예방약으로 사용하는데 대한 권고안들을 발표했지만 이들은 기존의 제한된, 주로 백인들로 이루어진 임상시험 데이타를 바탕으로 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인 등 동아시아인들은 심근경색의 발생률이 백인보다 낮은 반면 출혈의 발생률은 훨씬 높다. 따라서, 아스피린의 사용에 따른 이익과 위험에 대한 평가도 다를 수밖에 없다.

다행히 최근 10년동안 일본에서 일차예방약으로서 아스피린을 평가한 2개의 임상시험이 수행되어 이를 근거로 한국인에게 아스피린을 사용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2014년에 발표된JPPP (The Japanese Primary Prevention Project)는 60에서 85세 사이의 일본사람 중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중 하나라도 있는 14,000여명을 무작위로 나누어 약 7000명에게 아스피린을 주었다. 그리고, 약 5년동안 심순환기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 심근경색, 뇌경색의 발생률을 합산하여 아스피린군과 대조군을 비교하였다.

총발생률은 아스피린 군이 2.77%, 대조군이 2.96%로, 통계적으로는 의미있는 차이가 없었지만, 위장관 출혈은 아스피린군이 1.41%, 대조군이 0.42%로 아스피린군이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훨씬 높았다.  이것은 일차예방약으로써 아스피린의 사용은 이익보다 위험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2008년에 발표된 JPAD (The Japanese Primary Prevention of Atherosclerosis with Aspirin for Diabetes)는 30에서 85세의 제 2형 당뇨병 환자 2500여명을 무작위로 아스피린과 대조군으로 나누어 약 4년동안 발생한 심순환기 질환에 의한 사망, 심근경색, 협심증, 뇌경색, 뇌출혈, 말초혈관질환의 총발생률을 추적, 비교하였다.  주목할 것은 추적 비교한 항목들 중에 아스피린의 위험 중 하나인 뇌출혈이 포함되었다는 사실이다. 

또, JPPP보다 훨씬 광범위한 항목들을 추적, 비교하여서  전체적인 총발생률이 더 높았다 (약 6%). 비록 아스피린군 (5.7%)이 대조군 (6.7%)에 비해 총발생률은 낮았지만, JPPP의 결과와 마찬가지로 통계적으로는 의미있는 차이가 아니었다. 하지만, JPPP와는 다르게, 뇌출혈과 위장관출혈의 총발생률은 아스피린군과 대조군이 서로 차이가 없었다. 이것은 아마도 뇌출혈과 위장관출혈의 발생률이 낮고 JPAD의 시험참가자들의 숫자가 JPPP보다 훨씬 적기 때문일 것이다.

JPPP와 JPAD의 결과는 아스피린이 현재 동아시아인에게 심순환질환을 예방하기 위한 일차예방의 수단으로 적합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암시하지만 이들 시험에 대해 몇가지 짚고 넘어갈 것들이 있다. 

첫째, 일본에서는 허가된 약 (예,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임상시험에서는 대조군으로 위약 (placebo)을 쓸 수 없기 때문에 위약이 쓰이지 못했다.  약을 먹는 행위자체가 임상적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위약효과; placebo effect),  대조군에 위약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험 결과에 대한 신뢰도 (validity)를 떨어뜨린다.

둘째, 시험참가자가 자기가 어떤 군에 속한지 알고 있었다. 시험참가자가 자기가 무엇을 복용하는지 알게 되면 그것 자체가 시험 결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세째,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 등 질병자체도 직접적으로 심순환기 질환의 발생에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스피린의 사용과는 별도로 이 질병들이  어떻게 관리, 치료되고 있었는지 보고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논문의 지면상 제약일지 몰라도 이 질병들의 치료에 대한 보고가 부실하다.  JPPP의 경우 어떤 약들이 쓰였는지에 대한 보고를 찾을 수 없고,  보고가 있는 JPAD의 경우 약의 사용이 최적화되어 있다고 보기 어렵다.  예를 들면, 당뇨병 환자에게 고혈압 약으로 일차적으로 추천되는 안지오텐신 전환 효소 차단제나 안지오텐신 수용체 차단제의 사용이 35% 정도고, 고지혈증 치료약인 스타틴의 사용도 26%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JPPP의 경우 시험 5년째에 대조군의 10% 정도가 아스피린을 사용하고 있었고, 아스피린군의 약 80% 만이 아스피린을 계속 복용하고 있었다.
 
자, 그럼 결론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발표된, 동아시아인을 대상으로 연구한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할때, 고혈압, 고지혈증, 또는 당뇨병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것은 이익보다는 위험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병도 없는 건강한 동아시아인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임상시험이 아직 없기 때문에 이들에게 심순환기 질환의 예방을 위해 아스피린을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기는 힘들다.

◆ 필자소개 / 신재규교수 프로필

-서울대 약대와 대학원졸업
-University of Florida Doctor of Pharmacy
-University of Miami Jackson Memorial Hospital  Pharmacy
Practice Residency
-University of Florida Cardiovascular Pharmacogenomics
Fellowship
-현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Francisco 임상약학과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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