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물산업이라는 용어는 지난 10여년 전부터 미국의 천연물 관련 제품 즉 천연약물, 천연건강식품 등의 시장 규모가 300억불 크기로 성장하면서 새로이 탄생된 산업 분야이며, Natural Products Industry를 국역한 것이다.
천연물산업 분야가 이처럼 단시간에 급성장 한 이유는 무엇일까?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미국 의회가 21세기에 미국의 바이오산업 기술력을 정확히 파악한데서 연유한다. 즉 미국이 광범위한 기술 분야를 포괄하는 바이오산업 분야 중에서 새로운 산업으로 성장시켜 향후 20~30년 동안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천연물산업 분야라고 인식하여 이를 지원하는 입법을 하였다.
한편으로는 미국 정부가 후속적 지원 정책을 펼 것을 요구하여 이를 정부가 실천하였기 때문이다. 이 결과로 탄생한 것이 1994 년에 제정된 DSHEA (Dietary Supplements and Human Education Act) 법이며 이 법을 토대로 천연물산업이 급성장의 모멘텀을 갖추게 되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의회의 요구에 부응하여 미국 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산하에 대체보완의약센터(National Center for Complementary and Alternative Medicine)와 천연건강보조식품 연구실 (Office of Dietary Supplements)을 설립하는 동시에 연구비를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시켜 관련 연구분야의 대학교 및 기업연구소 등을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 정부와 의회의 지원 정책으로 세계 전통의약의 현대화 연구를 미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미국 FDA는 DSHEA의 후속조치로 천연약초약품규정(Botanical Drugs Guidance for Industry)을 만들어 전통약물을 포함하는 약초원료를 이용한 천연물신약에 대한 새로운 등록허가 요건 규정을 만들어 시행함으로써 향후 세계 전통약물의 현대화와 산업화의 주도권을 장악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천연물산업 업계는 과학적 연구개발로 제품화 된 천연 건강보조식품을 보급하여 미국 국민 전체의 건강의 질을 향상시켜 질병치료에 소요되는 의료비를 절감하는 간접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시사주간지 Time에 의하면 미국 국민 8천만 명이 매일 2종 이상의 천연 건강보조식품을 섭취하는 것으로 몇 년 전에 보도된바 있다.
향후 20~30년간 국부 창출할 바이오산업
국내 천연물신약법, 최초 개발자 보호조항 없어
한국은 어떠한가?
우연인지 또는 필연인지 미국 FDA가 `Botanical Drugs Guidance'를 제정 시행한 때가 2000 년이다. 같은 해에 한국 국회가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법'을 제정한 시기와 일치한다.
두 법을 살피면 거의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즉 전통약물이건 약초요법이건 간에 항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보되어야 하며 이를 과학적으로 실증하는 자료를 제출하여야 천연물신약으로 등록 및 허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Evidence Based Assessment 를 요구하는 점은 두 법이 같다. 다만 미국의 법은 천연물신약으로 등록할 경우 3년~5년 동안 독점 생산권을 부여한다는 점이다. 즉 천연물신약을 개발한 최초의 기업에 독점 생산권을 부여하여 연구개발비를 충분히 회수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반면에 우리의 천연물신약법에는 이러한 최초 개발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없는 것이 유감이다. 따라서 소위 `미 투 (me too)' 신약을 생산하여 시장을 어지럽히며 연구개발 투자 의욕을 꺾는 경우가 발생할 여지가 많다고 본다. 이점 관계 당국은 미국의 정책을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미 투' 천연신약이 국내 기업에서 만들어 질 경우도 있겠지만 외국의 기업이 모방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국 제약업계에서 약초 (한약 포함)를 원료로 제약기업을 운영하는 업체 중에서 그래도 상위에 속하는 50개 업체라고 하여도 양약을 생산하는 업계의 규모와 비교하면 마치 어른과 아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영세한 규모와 이에 따른 열악한 연구개발 투자와 시설은 중소기업청 표준의 중소기업이라기 보다 가내 수공업적 소규모 회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산업환경이기에 정부의 육성정책의 혜택도 못 받아 왔으며 제약업계에서도 마이너리티 역할을 함으로써 정부 당국에 도와달라는 목소리조차도 내볼 수도 없었다.
흘러 다니는 제약계의 신약개발 지원 목소리에는 반드시 한약의 과학화를 통하여 신약개발을 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떠들어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적 배려가 없었다는 이야기이다.
이즈음에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법'의 후속조치로 시행령과 제반 규정이 지난 2년 동안에 만들어졌고 다행이 식약청 내에 담당부서로 한약계가 설치되어 행정적 창구가 만들어지면서 천연물-한약 기업이 모여 힘을 합하여 연구개발, 제도개선, 국제화 등을 이루려고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사단법인 한국천연물-한약제제 개발센터가 지난 5월에 창립되었다.
이러한 민관의 협력 구도를 통하여 제도적 기반은 완성되었기에 한국형 천연물신약이 조만간 창출되어 국내 시장은 물론 미국 시장을 진입하는 데에는 약 3~5년의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측된다.
한편 미국이 21세기의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하여 정부 차원에서 지원을 하고 있는 것을 볼때 우리 정부의 지원책이 정말 아쉽다고 하겠다. 전통약물의 지혜를 과학적으로 증명하는 작업은 미국 과학자에 비하여 한국의 천연물과학자가 못할 바 없다고 보며 어느 면에서는 전통약물의 효능을 일찍이 인식한 우리의 과학자가 연구개발 환경만 마련된다면 더 효율적으로 천연물신약을 창출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