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약·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분야는 국가별로 오래전부터 국민보건에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여 왔으며, 시장 규모도 약 1,000억달러로 추산되는 거대시장이다. 세계화의 진전으로 이 분야는 사실상 독일 등 유럽이 주도하고 있으며, 동양의학의 중심을 자처하는 중국은 국가적 지원아래 연구개발을 확대하여 세계시장 진출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또한 신약개발을 주도하는 미국도 이 분야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집중하고 있어 앞으로 시장규모와 판도 변화는 예측불허이다.
중국은 풍부한 생약자원 및 사용경험을 바탕으로 화학약품과 구분된 허가제도를 운영하여 다양한 전통중국의약품(Traditional Chinese Medicine)(중약제제) 개발의 제도적 뒷받침과 수출지원 정책에 힘입어 세계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광대한 영토에서 생산되는 약재와 저렴한 노동력은 이를 더욱 가속화 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생약은 아직 의약품보다는 건강식품의 형태로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1999년 FDA에서 Dietary Supplements의 Ingredient Labeling, Nutrition Labeling 등에 대한 가이드를 정하여, 건강식품에 대한 개념을 의약품에 준하는 형태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문제점
우리나라도 동양의학을 기반으로 하는 오랜 전통의 한약제제 등의 이용과 개발의 역사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 세계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 원인중 첫째가 전통의약 지식 분야에서 의약선진국과 비교하여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음에도 이를 연구개발 및 제품화에 활용할 제도적 기반이 미흡하였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연구방향이 전통의약 지식을 이용하지 못하고 주로 특정성분 분리중심의 천연물 연구를 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예를 들어, 인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의약품임에도 불구하고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인삼함유 의약품은 우리나라가 아니다. 국내 인삼연구소에서 인삼에 대한 다양한 효능을 밝혀 내고 있지만, 그 효능으로 제품화가 사실상 어렵다. 이는 화학약품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 자료를 요구하는 제도의 벽에 부딪혀 포기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만들었다. 따라서, 많은 생약제제를 세계 시장에 내놓은 독일, 프랑스 등 유럽의 생약제제의 허가제도를 면밀히 분석하여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 천연물(생약)이 갖는 장점의 활용이 필요하다. 자연에 존재하고 있었고 지금까지 주로 식품으로 섭취해 왔다. 또한, 생약은 그 생약별로 효과가 알려져 있어 이를 잘 이용한다면, 화학약품에 비하여 안전성에 대한 큰 우려 없이 의약품으로 개발될 가능성을 갖고 있어 합성약품 개발보다는 연구의 기간과 비용을 축소할 수 있다.
셋째, 연구개발의 방향성과 인내성에 대한 문제이다. 근래에 생명공학 육성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맞추어 많은 벤처, 연구기관에서 다양한 천연물 연구가 수행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신약후보물질 개발을 과대포장하여 언론을 통하여 마치 신약개발을 한 것인 양 크게 보도하고 있다. 의약품 개발 입장에서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의약품의 개발은 긴 여정이다. 인내를 기반으로 한 분석과 전략이 필요하다. 먼저 개발의 방향을 설정하고 어떠한 규정에 의하여 진행해 나갈 것인지 충분히 알아야 한다. 많은 연구자가 허가규정에 대하여 깊이 이해하지 못한 채 연구를 수행하여 실험실적으로는 노력과 성과를 얻었으나 의약품허가를 위한 자료로서 활용하지 못하여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규정만 충분히 숙지하였어도, 더 많은 연구결과를 제품화하여 개발비용을 절감하고 기간도 단축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제품화를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많은 수의 비방이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를 상품화 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전문가의 힘이 합쳐져야 한다. 의약품의 개발은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여 개발이 완료되면 엄청난 수익을 실현할 수 있다.
제도 유연성 높여 한약 등 신약개발 촉진
전통의약 지식분야 세계우위 불구 연구개발 미흡
그러나, 의약품의 개발이 난해한 것은 다양한 분야의 연구의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특허, 상표 분야 뿐만 아니라 연구과정에서는 독성, 약리, 물리화학, 생물학, 약제학, 임상 등이 종합되어야 한다. 비방을 소지하거나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천재도 필요하지만, 묵묵히 독성시험을 실시하는 연구자도 필요하고, 임상연구에서는 종교인도 필요하다. 개발의 지적 재산권을 지키기 위하여 특허전문가도 참여해야 한다. 혼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연구개발자 네트웍의 구성이 힘들다면 팀이라도 구성해야 한다. 협력하여야 한다.
천연물을 이용한 신약연구·개발 결과의 산업화 촉진을 위하여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이 `00.7.12부터 시행되고 있으나 천연물을 활용한 생약·한약제제 제품화의 성과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고자 식약청에서는 2002년8월1일부터 생약·한약 및 천연물분야의 허가와 관련된 규정을 개선한 바 있다.
생약·한약 및 천연물신약 개발정책
식약청에서는 그간의 문제점을 극복하고 국제적인 환경변화에 발맞추어 2001.8.1자로 개선한 천연물 신약, 한약·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에 대한 허가제도가 아직 가시적 성과를 보이고 있지는 않으나 개발 분위기는 지속적으로 증대되고 있다. 이번에 개선된 제도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천연물신약연구개발 결과의 산업화를 촉진하기 위하여 천연물신약연구개발촉진법 제9조의 규정에 의하여 식약청장은 암, 후천성면역결핍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에 사용되는 천연물신약을 연구·개발하여 안전성과 효력 및 용법·용량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제출받은 경우에는 우선 심사하여 해당질병의 보조제로 시판후 임상시험 성적에 관한 자료 제출 등을 조건으로 신속하게 허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사용경험이 풍부하고 현재에도 한의사, 약사, 한약업사 등이 한약조제시 널리 사용하고 있는 동의보감, 방약합편, 향약집성방, 경악전서, 의방유취, 본초강목, 약성가, 동의수세보원 등 11종의 기성한약서와 한약조제지침서에 수재된 처방을 제품화하는 경우에는 안전성·유효성이 있는 것으로 인정하여 허가될 수 있도록 하였다. 정제수, 에탄올, 주정을 이용하여 추출하지 않은 경우, 환자에 따라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외에는 의약품으로 안전성·유효성을 인정하였다.
셋째. 생약추출·분획제제 등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허가관리제도를 시행하였다. 한약서 처방의 현대화를 위한 생약추출제제의 유기용매사용에 따른 안전성 문제제기 등 신뢰성 제고를 위하여 허가시 이를 구체적으로 명시토록하고 제조방법을 상세기재토록 하였다.
넷째, 생약·한약제제의 특화된 임상시험제도를 마련하였다. 대상질환중 조건에 부합되는 다수환자를 대상으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예상적응증에 대한 효능·효과, 용법·용량 및 사용상의 주의사항 등을 결정하는 임상시험의 실시를 원칙으로 하고, 필요시 용법 용량의 탐색적 임상시험을 추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임상진입에 있어서는 수천종의 생약성분중 인체에 약리학적 효과를 미치는 성분수 및 유효성분의 규명이 곤란한 천연물의 특성상 흡수·분포·대사·배설에 관한 자료수집이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동 자료의 제출의무를 원칙적으로 면제하였다. 또한, 생약·한약제제의 경우도 최근 개정된 임상시험계획승인제도(IND)에 따라, 임상진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섯째, 기성한약서의 효능·효과 등을 소비자 친화적으로 개선하였다. 효능·효과 등의 기재를 의학 한의학용어 사전, 기성한약서 해설서 등을 참고하여 소비자가 이해하기 쉬운 현대용어로 기재토록 하고 한약서를 근거로 효능·효과를 기재할 경우 한약서에 수재된 내용을 병기할 수 있도록 하며, 한약서 등의 처방에 의한 품목은 그 출전(예 : 동의보감)을 기재토록 하였다.
식약청에서는 이러한 제도개선과 아울러, 천연물신약·한약제제의 과학화·실용화·제품화에 따른 전문적·기술적 문제에 대한 상담·지도 등을 통해 천연물신약·한약제제 산업을 세계적 산업으로 육성하여 제약산업의 국제경쟁력 확보와 국민건강의 증진 및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토록 하기 위하여 민간단체로서 `한국천연물신약·한약제제개발센터'의 설립을 허가한 바 있다. 향후, 한약제제 임상시험 가이드라인 제정 등 세부지침 마련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또한 한약 생약제제 천연물신약 허가관리 전담부서도 신설하여 천연물신약·한약제제의 안전관리 및 제품화에 적극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다.
글을 맺으며
현대 서양의학의 한계점 노출과 대체의학이나 동양의학에 대한 관심의 증대로 한약·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시장은 무궁한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는 분야라고 판단된다. 그동안 화학약품에 대한 지원에 치우쳐 조직적으로나 제도적으로 생약·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발에 대한 지원이 소홀했던 것은 사실이다.
독일이 은행잎 추출물을 `혈액순환장애치료제'로 제품화하여 국민건강에 기여는 물론 막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것을 교훈삼아, 생약·한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관련 산·학·연·관의 관계자는 화학약품위주의 편향적 자세를 탈피하고 국가 백년대계에 이바지한다는 마음자세로 한약·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개발에 깊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란다.
우리나라의 한약·생약제제 및 천연물신약 분야는 식약청의 제도적 뒷받침과 학계·업계의 노력이 합쳐 질 때 미래 국가기간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