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세<인천지법 부장판사> 이재웅<대법원 특허조사관>
미국·유럽 선발명주의 영향 `추후 보정' 허용
국내 96년 두차례 판결 입장상충 일반화 요원
다. 미국, 유럽의 실무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정성적(定性的)인 약리효과에 대한 기재만 있어도 특허요건을 갖추고 있는 것으로 인정되고, 또한 약리시험데이터에 관하여 추후의 보정을 허용하거나 의견서 등에 그 사실을 진술한 경우에도 이를 인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는 물질특허 등이 일찍 허용되었고 의약산업이 발전한 미국, 유럽의 산업정책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또한 미국의 경우는 선발명주의의 특허제도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선발명주의는 출원 후에라도 발명의 완성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면 이를 인정하는 제도이므로 약리효과에 관련된 약리시험데이터의 추후 제출이나 진술서 등의 제출이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는 1976년 물질특허 제도를 도입하면서 의약의 용도발명에 대해서 약리효과를 확인할 수 있는 약리시험데이터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였고 위와 같은 실무는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이는 아직까지도 일본의 의약산업이 미국이나 유럽 등과 대등한 경쟁을 할 수준까지 발전하지 못하였으므로 자국의 의약산업을 보호하고자 하는 측면이 고려되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라. 국내판례 검토
(1) 1996. 6. 14. 선고 94후869 판결
의약발명으로서 그 작용효과(의학적 효과)에 대한 객관적인 기재가 명세서 기재의 필수적인 요건인데 상세한 설명에 그에 대한 기재가 없으므로 당해 특허청구범위는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아 특허 받을 수 없다.
(2) 1996. 7. 30. 선고 95후1326 판결, 1996. 10. 11. 선고 96후559 판결
의약품의 발명에 있어서는 그 약리효과에 대한 기재가 있으면 충분하고 그에 대한 실험 데이터나 시험 성적표의 기재는 명세서의 필수적 기재요건은 아니라 할 것이고, 다만 특허청 심사관은 당해 기술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출원 당시의 기술수준으로 보아 명세서에 기재된 용도(효과)가 나타나는지 의심스러운 경우에만 비로소 별도의 시험 성적표나 실험 데이터 등의 제출을 요구할 수 있다 할 것인데, 기록에 의하면 출원인은 이 사건 항고심 계속 중에 진술서란 명칭으로 시험 성적표를 제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므로, 본원발명의 출원명세서에는 그 기재불비가 없다.
(3) 평가
위 94후869 판결은 특허청구범위가 발명의 상세한 설명에 의해 뒷받침되는지의 여부가 다투어진 사건이고, 95후1326 판결 등은 발명의 상세한 설명의 기재불비가 다투어진 사건으로서 양자 그 근거 규정은 다르지만, 명세서에 약리효과를 기재함에 있어 객관적 약리데이터가 기재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95후1326 판결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의약품에 관한 발명의 특성(용도발명에서 용도와 효과의 의미, 의약발명에서 약리효과 및 약리데이터의 위치, 화학발명에서 실시예의 의미 등)을 감안하지 않고, 기계장치 등에 관한 발명의 입장에서 통용되는 이론을 근거로 한 것으로 사료된다. 나아가 대법원 판례 중 1996. 6. 14. 선고 94후869 판결과 상충되는 입장으로서 발명의 구체적 내용에 따라서 그 명세서의 기재정도도 다르다고 볼 여지도 있어 이를 일반화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6. 약리효과 기재에 대한 주요 유형별 검토
그런데, 의약발명이라 하여도 그 발명의 내용에 따라 약리효과에 대한 기재정도 및 기재내용이 달라질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므로, 주요 유형별로 이를 검토하여 보기로 한다.
가. 단일화합물의 신규한 의약적 용도를 발견해 낸 의약발명의 경우
단일화합물의 신규한 의약적 용도를 최초로 발견해 낸 의약발명의 경우라면, 당해 화합물이 신규물인지 공지물인지의 여부와는 상관 없이 당해 발명이 의약발명으로서 완성된 것임을 밝히고, 나아가 당업자가 당해 발명을 용이하게 실시하고 재현할 수 있도록 할 뿐만 아니라, 당해 발명의 기술적 의의와 가치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약리시험방법 및 약리데이터는 출원 당초의 명세서에 기재되어 있어야 할 것이다.
단일화합물의 신규한 의약적 용도를 발견해 낸 의약발명의 대부분은 어떤 화학물질의 특정 약리활성을 찾아내고{(a)단계}, 그 약리활성에 의해 발휘되는 의약용도를 찾아내는{(b)단계} 두 단계의 탐색과정을 통하여 발명을 완성하게 되는데, 이 경우도 약리시험방법 및 약리데이터의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의 사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case1) (b)단계가 공지인 경우, 즉 세로토닌에 작용제로서의 활성이 있는 경우 우울증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공지되어 있는 경우에는 (a)단계의 탐색과정 및 결과데이터 즉, 어떠한 화합물이 세로토닌이라는 체내물질에 작용제로서 활성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 경위 및 결과를 구체적인 시험방법과 약리데이터에 의해 제시하면 될 것이다.
case2) 만일 (a)단계가 공지된 경우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체내물질에 대한 작용제로서의 활성이 우울증 등의 치료에 유용하다는 사실에 대한 상관관계를 발견하게 된 경위 및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시험방법과 약리데이터로 제시하면 될 것이다.
case3) 어떤 경우에는 그 약리활성을 찾아내지 못한 채 최종 의약용도인 우울증 등에 대한 치료효과를 발견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는 위와 같은 의약용도를 찾게된 경위 및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시험방법과 약리데이터를 제시하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