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수술 만족도’란
한상훈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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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환자를 대하면서 의사로서 가장 기분 좋은 것은 환자가 수술 후 만족스럽게 느낄 때이다. 어려운 수술을 잘해 낸다고 해서 반드시 환자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아니다. 쉬운 수술을 매우 평범하게 해도 환자는 훨씬 더 만족할 수 있다. 의사는 상담을 하면서 수술의 방법과 장점, 단점, 합병증 등을 잘 설명해 주어야 한다. 이때 환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지만, 그분의 마음 상태도 잘 파악해야 한다.

한상훈 레알성형외과 대표원장. © 레알성형외과

60세의 환자가 이마 주름과 눈꺼풀 처짐을 주소로 내원했었다. 요즘 60세면 할머니 소리 듣기 싫어하는 경향이 있다. 외모로는 주름과 안검이 많이 처져 있어서 이를 개선하고자 할 때 어느 정도 해야 할지는 정답이 없다. 실수 없이 진행하기 위해서는 되도록 과하지 않게 하고 상태를 관찰하는 것이 좋겠다. 환자는 “하나도 처진 것 없이 싹 올라가게 해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실제로 바뀐 모습을 잘 감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왜냐하면 심한 주름이 생기기까지 잘 참고 견뎌 온 성격을 감안해야 하기 때문이다. 늘 순하고 남에게 친절했던 사람이 어느 날 말끔해지면 객관적으로 보기 좋지만, 정작 본인은 “나 같지 않음”을 느끼게 된다.

반면, 수술을 매우 쉽게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 코 수술은 10년마다 보형물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여러 곳에서 다양한 수술을 받고 여기저기 눈에 띄는 흉터가 보이기도 한다. 수술 후 문제가 생기면 다시 수술을 하고, “이번이 마지막 수술이어야 합니다.”라는 말을 곧잘 듣는다. 같은 수술을 세 번, 네 번 하게 되는 환자들의 푸념이기도 하다. “그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는 신이 아니거든요.”라는 것이 필자의 주로 하는 대답이다. 만족도라는 것이 한이 없다. 없어진 코가 새로 생기면 좋아하지만, 곧 “조금 더 개선되었으면…”이라고 바라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러므로 수술에는 “완전”이 없으며, 크고 작든지 간에 부작용이 생기고 이를 해결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잘 알려주어야 한다.

© 레알성형외과

의사가 보는 수술 만족도와 환자가 보는 만족도는 다를 수 있다. 수술에는 어느 정도 난이도가 있으며, 같은 눈꺼풀 수술이라 할지라도 비대칭이 있거나 절개, 근육 강화가 필요한 경우는 매우 까다롭다. 단순히 수술 이름이나 과정을 나열한다고 해서 그냥 되는 것은 아니다. 코 수술의 경우 의사는 약간 휨이 있다고 보지만, 환자는 훨씬 만족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나 환자에게 최고의 점수는 100점이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각각의 만족도가 다를 수 있다. 이는 성격에서도 비롯될 수 있다. “원래 비뚤어졌었는데 이 정도면 좋지.”와 “수술했으면 완전히 똑바르게 되어야 하는 것 아니냐.”에는 큰 차이가 있다. 흔히 물컵에 물이 반 있을 때 어떻게 생각하는지와 비슷하다. “아직 반이나 있다.”고 하든지 “이제 반밖에 없다.”고 하든지 같은 양이지만 전혀 다른 사고방식이 된다.

부작용이 생겼다면, 수술에 따른 부작용은 예상할 수도 있고 예상치 못한 경우도 있다. 미리 설명을 했더라도 일단 부작용이 생기면 조속히 해결하는 것이 좋지만, 그것도 환자의 선택과 의사의 권유 사이에서 결정된다. 많은 경우 환자가 강하게 요구하면 잘 해결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환자의 요구를 따라가다 보면 여러 가지 변수가 생기고, 시술하는 데에 의사의 입지가 좁아지기 쉽다.

이런 경우 의사와 환자 간의 라포(서로 믿는 마음)가 매우 중요하다. 라포가 잘 형성되어 있으면 의사는 최선을 다해 해결하려고 하며, 그것이 의사의 사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가능한 한 환자의 불편함을 줄이고 가장 빠른 시일 내에 해결하려고 할 것이다. 만약 기술적인 문제보다 시간이 필요한 경우라면, 그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게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우리 자신을 잘 알지 못한다. 오랜 기간 진료를 하면서 느끼는 것은 우리의 의식과 무의식 등이 평탄치 않다는 것이다. 인간이란 겉으로는 누구나 평화를 외치지만, 실제로는 전쟁이 끊이지 않는 종족이다. 때로는 감정이나 의식이 비정상에 가까울 수도 있어서 더욱 조심스럽다. 약간 접힌 쌍꺼풀 라인에 계속 신경을 쓰거나 수술한 코가 날마다 점점 짧아진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설명할 길이 없다. 가끔은 마음속에 우울감이 있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이야기가 길어질 때도 있다. 말할 때마다 한숨을 푹푹 쉬기도 한다.

이런 경우 정신과 진료가 매우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섣불리 권고하기는 어렵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정신과의 문턱이 높고, 본인의 자존심을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과 약물을 복용했더라도 수술에는 큰 지장이 없으며, 대개는 순탄하게 과정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이돌에서 노년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과 젊음, 보기 좋은 모습을 갖는 것은 나이 불문이다. 각자의 생각도 달라서 어릴 때부터 많은 수술에 의존한 사람과 나이 들어서까지 한 번도 수술한 적이 없는 사람 등 각양각색이다. 어떤 사람이 “나 이거 눈 밑에 보기 싫은데 어떻게 해?”라고 하면, 이런 분은 수술에 적합하지 않다. 그런 점을 개선하고 싶다면 가족에게 이야기하거나 의원을 찾아가 상담하는 것이 일반적인 해결 방법이다.

물론 지인에게 물어보아 여러 가지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진료나 상담을 받을 때에는 꼭 담당 의사와 해야 한다. 그래야 서로의 믿음도 생기고 시술에 관한 자세한 설명도 들을 수 있다. 흔히 실장이라고 불리는 상담사와의 면담도 중요한데, 긴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면서 환자의 성격이나 수술 목표, 시간과 경제적 상태 등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수술이라도 회복 시간은 필요하며, 날마다 일하는 사람에게는 쉽지 않다. 따라서 수술 자체 외에도 수많은 변수를 고려하여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 친구들을 따라서 쉽게 수술해서는 안 되며, “나에게 적합하고 나를 위한” 수술을 통해 부작용이 적고 큰 기쁨을 누리게 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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