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해 당사자라면 현재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법인약국을 운영하고자 하는 회사, 그리고 취업 준비중인 신진 약사나 약대 학생, 마지막으로 국민도 이 제도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으므로 일반 국민도 그 당사자의 한 축일 수 있다.
법인 약국 도입이 되면 현재의 개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가장 많이 피해를 볼 것이다. 미국에서도 월그린이나 CVS등의 대형체인이 확장되면서 개인약국들의 몰락을 가져왔다. 동네슈퍼가 재벌들의 골목상권장악으로 몰락했듯이 개인 약국들이 같은 길을 가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므로 대형 경쟁사가 시장에 진입하는 걸 달가와 할 약국은 어디에도 없다.
이번에 온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최근의 약사수 증가에 의해 약사의 위상이 많이 떨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에 의하면 제약회사의 약사 초봉이 200여만원 밖에 안된다고 하여 큰 충격을 받았다. 내가 제약회사 다닐 때만해도 약사급여는 약사수당 포함하면 그래도 대기업 수준과 비슷하였는데 이젠 심하게 말하면 편의점 알바 보다 약간 더한 수준이 되버렸다.
정체된 수요에 약사 공급이 대폭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도 최근 약사수가 대폭 늘면서 약대 졸업생들이 전에 없던 취업걱정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신규약사들에겐 법인 약국의 등장이 수요창출에 도움이 되어 그들에겐 나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법인 약국에 근무하고 있는 난 그냥 큰 약국기업의 회사원이다. 그래서 상사도 있고 그에 따른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다. 개인 약국 사장님으로의 자유로움도 없고 약국을 번창시켜 돈을 많이 벌 찬스도 원천적으로 없다. 거기에다 해고당할 위험도 약간은 있다.
하지만 전문가로서의 어느 정도의 연봉이 보장되며 약국경영이 악화 돼 파산할 걱정은 전혀 없다. 의사들과의 관계에서도 편하다. 왜냐하면 법인 약국은 대기업이고 개업의사들은 개인 영업이므로 아무래도 갑을 관계가 뒤바뀌어 있다.
국민의 입장에선 대량구매에 의한 약값 완화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약값은 경우에 따라 단합으로 올라갈 수도 있으므로 사실은 예측불허다. 약국 서비스면에선 좋아질 수도 나빠질 수도 있다. 미국에서 개인 약국은 배달, 낱알 포장 등의 개인 서비스를 고객 등에게 제공하고 있으나 체인 약국에선 이런 서비스를 기대할 수 없다.
미국에서 법인 약국의 등장은 어느 날 갑자기 일어난 것은 아니다. 월그린이나 CVS만 보더라도 초기의 한 두 약국의 성공부터 하나 둘 체인의 개수를 늘려간 것이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법인 약국의 발전은 약국시장의 전체 파이를 증식시키면서 이루어졌다.
그에 반해 한국에서의 법인약국 도입은 시장이 이미 포화된 상태에서 거대 공룡이 기존의 작은 동물들을 잡아먹는 식이므로 무리가 따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법인 약국 도입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