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7> 약 이름 바꾸기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6-08-31 10:53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이덕근 CVS Pharmacy, Chief pharmacist
박정희씨가 쿠데타로 집권하고 소위 한일 국교 정상화가 진행되면서 한국에 첫 번째 대사로 내정되었던 사람의 이름은 '이세끼' 였다. 그러자 김종필씨 등 쿠데타 주역들은 일본에 난색을 표했다. 대사의 자질이 문제가 아니고 이름이 문제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국민들의 거센 저항을 누르고 겨우 체결한 조약인데 방송 등에서 '이세끼 대사가' '이세끼 일본대사는' 하고 나오면 조약 자체가 국민들에게 조롱을 받을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결국 이세끼씨는 이름 때문에 주한대사로 임명되지 못했다.

오래된 드라마에서 삼순이는 자기 이름이 촌스럽다며 개명을 신청하러 택시를 타고 법원으로 가고 있었다. 그런데 택시기사가 '이름이 삼순이만 아니면 되지' 라는 말을 듣고 삼순이는 더욱 개명의 의지를 불태우게 된다.

하지만 삼순이라는 이름이 너무 친근했고 사랑스러웠던 주위 사람들은 삼순이의 개명작업에 집요한 방해공작을 벌였고 결국 삼순이는 개명을 포기하고 울면서 처음 이름을 지어 준 아빠를 원망했다.

그래서 이름을 처음에 잘 지어야 하는데 약 이름도 새로 발매한 약의 이름이 기존의 약 이름과 혼동을 일으켜 첫 이름을 개명한 경우가 여럿 있다. 최근에 개발된 항우울제인 Brintellix는 항혈소판제인 Brilinta와 혼동하기 쉬워 이름을 Trintelix로 바꿨다. 약의 적용증이 너무나 다르기 때문에 잘못 조제됐을 경우 큰 사고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전에 나온 약들 중에도 같은 이유로 이름을 바꾸는 경우가 있었다. 위장약으로 쓰이는 Proton pump inhibitor 인 Omeprazole의 상품명은 처음에는 Losec이었는데 이뇨제인 Lasix와 이름이 혼동되어 사망사고까지 발생하자 제조사는 이름을 Prilosec으로 바꾸었다.

하지만 이름을 Prilosec으로 바꾼 후에 이번에는 항우울제 Prozac과 혼동되었다. 그래서 위장약이 필요했던 환자가 항우울제 Prozac을 조제 받아 위장 천공으로 응급실에 실려 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화로 처방전이 허용되는 미국에서는 '프라일로섹'과  '프라작‘의 발음이 혼동될 수 있고 두 약이 같은 20mg, 40mg 용량이라 더욱 혼동되기 쉬웠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관절염 치료제인 Celebrex도 처음에는 그냥 Celebra였는데 항우울제 celexa와 비슷해 Celebrex로 바꾼 경우이다. 하지만 이름을 바꾼 뒤 내게는 두 약의 이름이 더 비슷해진 것 같아 이 두 처방전이 들어오면 더욱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인디애나 주에서는 당뇨병 약인 Amaryl 대신 알츠하이머 질병치료제인 Reminyl을 조제 받은 환자가 고혈당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약사가 전화로 들어온 처방전을 혼동했기 때문인데 두 약은 모양과 용량이 2mg, 4mg으로 같아 더욱 혼란을 가중시켰다. 뒤늦게 FDA는 제조사에게 개명을 지시했고 제조사인 Ortho-McNeil은 Reminyl을 Razadyne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외에도 위장관 치료제 Kapidex는 간염치료제인 Casodex와 혼동으로 Dexilant로 이름을 바꾼 경우이고, 콜레스테롤 저하제인 Omacor는 과출혈 방지제인 Amicar와 혼동을 일으키므로 Lovaza로 바뀌었다.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할 경우 처방의사는 마약관리국 DEA(Drug Enforcement Administration)으로부터 자기 고유의 DEA 번호를 부여 받아 처방전에 그 번호를 기입하여야 한다. DEA 번호는 의사의 라스트 네임과 숫자로 구성되는데 여의사의 경우 라스트 네임과 일치하지 않는 DEA번호가 종종 발견된다.

왜냐하면 결혼 후 남편 성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모든 여성이 결혼 후 남편 성을 따르는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 여성은 그렇게 한다. 힐러리 로담도 결혼 후 힐러리 클린턴으로, 미국 최초 여성 국무 장관이었던 울브라이트 장관도 체코 태생으로 성이Korbelova였으나 결혼 후 Albright로 바뀌었다.

미국 이민자는 시민권을 획득할 때 이름을 합법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이전과 달리 미국식 이름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 들었다. 미국 대통령의 이름도 버락 오바마인 시대이니 사람들이 자기 고유 이름을 굳이 바꾸는 것을 꺼려하는 경향인 듯하다. 물론 나도 안 바꿨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