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8시가 넘어 흑인청년둘이서 건들거리며 처방전을 들이민다. 처방전을 보니 마약성 진통제인 Oxycodone 30mg 이 무려 360 개나 필요하단다. It’s a fake! 가짜다. 약이 없다고 했더니 뒤도 안 돌아보고 가 버린다. 역시 확실한 가짜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허술한 약사 하나 걸리면 얻겠다는 심사다. 한동안은 서방형Oxycodone 인 Oxycontin 80 mg가짜 처방전이 돌아다니더니 요즘은 대세(?)가 일반형인 Oxycodone 30mg으로 선호도가 바뀌었다.
Oxycontin 80 mg은 마약성 진통제 중에서 가장 강력하다. 그래서 암시장에서 최고가로 팔릴 수 있어 그동안 이 친구들에 인기있는 품목이었다. 하지만 Oxycontin 80mg처방전을 들고 오면 그만큼 일단 가짜로 의심을 많이 받게 되니 원하는 만큼의 성공률을 갖지 못했다. 그래서 일반형 Oxycodone 30mg이 마켓에 나오면서 가짜 처방전은 그 쪽으로 대세가 쏠리게 되었다.
일단 약사들이 새로운 약에 한동안은 의심을 덜하게 되어 성공율이 높아졌고 서방형과 달리 일반형이므로 갯수를 많이 늘릴 수 있게 되었다. Oxycontin 80mg은 30개이상을 쓰면 바로 의심을 받았지만 Oxycodone 30 mg은 1 달치로 360개를 처방하는 의사도 실제로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짜 처방전이 마구 돌아다니고 있다. 어떤 경로인지 모르지만 닥터 오피스에서 처방전 책을 훔쳐 마약 처방전을 자기가 임의로 써서 만든 것이다.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나는 위와같이 마약을 약국에서 구매한 후 암시장에서 되팔려고 하는 경우이고 두 번째 경우는 마약에 중독이 되서 abuse하는 경우로 닥터가 처방을 더 이상 안 주니까 처방전을 훔쳐서 복용하는 경우이다. 물론 둘 다 인 경우도 있겠다.
40대 초반의 백인 남자가 향정신성약인 Vicodin ES (성분명: Hydrocodone /Acetaminophen 7.5 mg/750 mg) 처방전을 들고 왔다. 몇 번 내 가게에 온 친구인데 아무리 이름을 쳐도 이름이 컴에서 뜨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 이름을 입력해서 다시 등록을 한 후 약을 주었는데 아무래도 찝찝해서 다음날 아침 처방 의사인 Dr. Smith 에 게 전화를 걸어 보았다. 그랬더니 의사 왈 자기가 여태 찾고 있던사람이란다. 그가 바로 몇 달전에 처방책을 훔쳐간 범인이라고 한다.
그래서 다시 이름을 쳐 보고 최근 몇 달간 Vicodin ES처방전 기록을 컴퓨터에서 뽑아 보았다. 그랬더니 같은 의사에게 4번의 처방전을 위조해 나에게 Vicodin ES를 타갔다. 이름도 Dandin, Dawson, Darwin, 이렇게 last name을 여러번 바꾸고 한 번은 자기 가족꺼라면서 Mr. FredricK으로 같은 약을 받아갔다. 어떻게 보면 같은 이름으로 받아 갔으면 오히려 안 들켰을텐데 다른 이름으로 받아가 나에게 의심을 사서 들켜버린 경우가 되겠다. 내 가게에서만 4 건이니 다른 CVS나 Giants, Safeway 등도 다녔을거고 돈이 허용하는 한 아마 한 달에 20 건 이상은 될 걸로 추정된다. Dr. Smith는 이 친구가 다음에 다시 오면 경찰에 신고하라는 데 말이 쉽지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 그 친구가 총을 갖고 다닐 지도 모르지 않는가?
우연히 동료 약사에게 얘기하고 처방전을 보여 주니 이 친구 10년 전 부터 이러구 다닌다고 한다. 글씨체는 똑 같은데 닥터만 다르단다. 물론 다르겠지. 이 곳 저 곳에서 훔쳤을 테니.
요즘 이렇게 가짜 처방전이 많이 나돌아 다니니 본부에서 지침이 내려 왔다.
Pain 처방전을 받으면 먼저 신분증을 체크할 것, 이 가게 저 가게 돌아 다니는 환자 처방전 주의할 것, 환자가 보험처리 원하지 않으면의심하고 (보험회사에서 바로 추적 가능하므로 범인들은 보험 회피), 약을 잃어 버렸다는 둥, 부모집에 두고 왔다는 둥 하면서 약을 요청하면 또 주의할 것, 그리고 전화로 절대로 Inventory 알려 주지 말 것등등의 강력한 지침이 내려왔다.
이 인간들은 주로 저녁이나 주말 에 약국에 온다. 왜냐하면 닥터오피스가 문 닫는 시간에 와서 약사가 닥터에게 처방전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도록 하려는 의도 때문이다. 제 딴에는 머리 쓴다고 하는 건데 이제부턴 택도 없다. 신분증 없으면 일단 거절이고 저녁이나 휴일엔 신분증이 있어도 되도록 처방전을 안 받을 예정이다. 다음날 오전에 다시 오라거나 처방전을 의사에게 확인 후 약을 주겠다고 할 것이다. 바햐흐로 가짜처방전과의 전쟁이 선포(?)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