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봅시다 / YMCA 구구진료회
불우이웃 사랑으로 모인 의·약·간호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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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수정 최종수정 2006-09-22 15:55
11월. 겨울로 접어드는 요즈음 조석으로 찬기운이 만만치 않다. 사회의 어려운 이들을 돌아보는데 특별한 때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새삼스레 불우이웃이란 단어를 떠올릴 때다. 이들에게 무엇인들 절실하지 않겠는가마는 가장 절실한 것은 '사람들의 관심'이리라... 이번호에는 직능의 벽을 넘어 '봉사'라는 이름으로 하나되어, 불우한 이웃의 건강을 돌보고 있는 보건의료계 학생들의 모임인 YMCA 구구진료회의 활동 현장을 찾아봤다.


색색으로 물든 단풍에 뒤덮인 불암산을 뒤로하고 중계동 아파트단지 안에 자리잡은 중계 종합사회복지관. 햇살 가득한 토요일 오후, 백발의 노인들이 한명 두명 복지관으로 들어선다. 이들의 뒤를 따라 들어선 복지관 2층에는 이미 많은 노인들이 도착해 번호표를 손에 들고 이곳에서의 만남이 이미 익숙하다는 듯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내 2시에 시계바늘이 가까워지자 일군의 여학생들이 들어선다. 황급히 달려온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면서 학생들은 무거운 약상자를 옮기기 시작한다. 곧이어 속속 도착한 학생들도 진료실과 물리치료실, 그리고 조제실로 나뉘어 진료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느새 가운을 걸치고 약이며 진료장비들을 챙기는 그들에게서 진지함과 함께 제법 전문의료인의 분위기가 배나온다.



드디어 진료 시작. 진료실 앞에 마련된 접수대를 맡은 여학생이 번호표에 적힌 이를 호명하자 한 할머니가 앞으로 나선다. 진료차트를 뽑아든 학생은 익숙한 솜씨로 맥박과 혈압을 잰 후 진료실로 안내한다. 진료실에서는 차트를 보고 할머니의 병세를 하나하나 꼼꼼히 물어가며 정성스레 진료를 하고는 처방을 내린다. 진료실에서 나온 처방전은 조제실로 보내지고 학생들은 하나하나 드럭 인덱스의 내용을 찾아 대조하며 약을 찾고 검토까지 거쳐 조제하고, 꼼꼼한 복약지도와 함께한 약봉지가 할머니 손에 전해진다. 아직 면허를 가진 전문 의료인도 아니고, 시설 좋은 번듯한 병원도 아니지만 이들의 진료를 받고 돌아서는 노인들의 얼굴은 화타라도 만나고 돌아가는 냥 만족스런 미소가 가득했다.

주말 오후 여가를 즐기거나 이것저것 배우러 다니기에도 바쁠 것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는 걸까? 물론 아니다. 의대, 약대, 간호대 등 보건의료분야 대학생들이 모여 불우한 이웃을 위해 의료봉사활동을 하는 모임이란다. YMCA 산하 학생의료봉사 동아리 '구구진료회'가 이들의 이름.

구구진료회는 지난 1966년 서울대 의대에 재학 중이던 이명욱씨의 주도하에 창립된 의료봉사동아리로 2004년 2학기 현재 햇수로 39년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현재 회원은 이화여대 약대와 숙명여대 약대, 그리고 서울대 의대, 한양대 의대, 서울대 치대, 이화여대 간호대 재학생으로 구성돼 있다.

초창기에는 하계 오지 의료봉사활동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오다가 10여년 전부터 격주로 토요일 오후 중계 종합 사회복지관에서 '사단법인 한국봉사회'의 협조 하에 생활보호 대상자인 영세민들과 혼자 사는 노인, 사랑의 집 입소자들을 대상으로 진료활동을 하고 있다. 매번 30여명의 환자들이 찾아오지만 진료가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오시던 분들이 꾸준히 찾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 고령의 환자들이다 보니 고혈압·관절염, 환절기에는 감기 환자들이 많다.



진료는 의학과 3학년 2학기부터 시작하고, 저학년 의학과 학생들은 예진과 물리치료를 돕는다. 간호부에서는 예진과 비경구적 투약활동을, 약국부에서는 약대 2학년생들이 기본적인 약물에 대한 학습과 조제를, 3학년은 2학년들이 조제한 내용의 점검과 복약지도, 4학년은 조제 전에 처방전을 검토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여름에는 5일 진료에 전후일정을 합해서 1주일 정도로 농어촌지역의 오지에서 하계진료활동을 진행하고, 매주 수요일 종로 YMCA 건물에서 연구부장의 계획에 따라 다양한 주제로 간단한 세미나 형식의 수요집회를 갖는다. 매년 5월 넷째 주 토요일에는 창립총회, 11월에는 Home coming day 행사도 갖고, 재학생들의 글을 모아 ‘취송’이라는 이름의 회지도 발간한다.

이대약대 참가자 회장을 맡고 있는 김사빈씨는 동아리 활동에 대해 "우선 학생 때 의료활동을 통한 사회봉사의 기회도 갖고, 전공학문에 대한 실무적 실습은 물론 다양한 학교의 선후배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면에서 큰 장점을 갖는다"고 소개했다.
학생들도 "아직 학생 신분의 회원들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진료’라는 1차적인 목적 뿐 아니라, 어르신들께서 웃으면서 진료소에 오실 수 있도록 따스한 말 한마디 더 전하는 것 자체에서 더 큰 의미를 찾는다"며 진료 활동에 참가하는 소감을 전했다.

어떤 할머님은 진료해 주는 학생과 친해지셔서 ' 선생~ 선생' 하며 챙기기도 하고, 복약지도 해드린 것을 기억하고 다음 진료 때 그 학생을 다시 찾는 분들도 있단다.



학생들의 봉사활동인지라 모든 일이 순탄키만 한 것은 아니다. 사회복지관과 서울대 의대 동아리 예산 이외에도 동아리출신 현직 선배들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받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해 학생회원들도 별도의 회비를 거출하고 있어 제약사를 비롯한 기성단체의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정된 지원 속에서 파스를 비롯해 일부 비싼 품목들은 학생들의 회비로 구입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필요한 만큼 충분한 양을 드리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이지만 학생들은 현재 진행중인 진료 활동 외에도 중단된 치과진료를 재개하기 위한 준비와 함께 비율이 적어지고 있는 의학과 학생의 충원 등 보다 알찬 봉사활동을 위한 준비에 여념이 없다.

전문 보건의료 직능인을 꿈구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사랑으로 한자리에 모여 따스한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이들에게서 보다 밝고 화합으로 이어지는 보건의료계의 미래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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