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기능식품법이 표류하고 있다. 지난 8월말 국회를 통과했던 이 법의 시행이 3달째 지연되고 있으니 말이다. 당초 안전성 확보 및 품질향상과 건전한 유통, 판매를 도모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증진과 소비자보호에 이바지하고자 했던 훌륭한 목적(건기법 제1조)과는 달리 법 시행에 애로를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시장현실을 고려하지 않는 탁상행정이라는 점과 지나치게 대기업 편향적이라는 불만이 드세다.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영세 중소기업들이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까다로운 임상을 거쳐야만 신물질을 출시할 수 있고 GMP시설을 갖춘 업체에 한해 생산이 허용된다면 웬만한 업체로선 감당하기 힘든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입법부와는 달리 주무부서인 복지부의 준비가 너무 미약하다는 점이다. 법령 시행을 앞두고 충분한 전담인원 확보와 교육홍보에 나서야 할 식약청은 겨우 7명의 인원을 제조허가 업무에 배정해 놓았다니 시행할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니 이래저래 눈치를 보고있는 제조업체나 판매업체로선 일이 제대로 될 리가 없다.
건기법이 시행될 경우를 대비하여 생산수량을 최소단위로 줄이고 마케팅도 소극성을 띠고 있다. 때문에 손쉬운 다단계나 홈쇼핑에 의존하다 보니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영위될 리 없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경기마저 바닥을 치니 업계 전반이 초상집 분위기다. 약국의 분위기도 살갑지 않다. 추산되는 올해 건강보조식품 총 시장(1조8천억원) 중 12%만이 약국으로 유통되고 있는 상황은 전혀 호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약국당 매출로 풀어보면 한 약국이 1년 내내 1천2백만원, 즉 한 달에 100만원 정도밖에 건식을 판매하지 못하고 있다는 계산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는 사뭇 다르다. 건식의 구입경로 중 단연 약국이 수위를 달린다. 소비자의 33%가 약국을 통해 건식을 구입하며, 건강식품점(25%), 백화점(13%) 등 소위 말하는 점포 판매가 주류를 이룬다.
우리 나라에서 기승을 부리는 방문판매(7%), 통신판매(4%)는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약국에서의 건식 취급도(11%)는 높은 편이다.
그렇다면, 왜 우리 나라 약사들은 건식을 제대로 취급하지 못하는 걸까. 모 학위논문에 나타난 이유를 열거해 보면, 1.새로운 시설 및 설비투자에 대한 소극성, 2.제품의 유해성·안전성 신뢰부족, 3.문란한 유통질서, 4.제품에 대한 이해 및 판매기법 부족, 5.소비자 인식 결여, 6.약사 자신의 수용의지 결여 등을 꼽고 있다.
이 중에서 나는 4·6번 사항을 제일로 꼽고 싶다. ‘아는 만큼 사랑한다’는 서울대 최재천 교수의 말처럼 지식과 의지로 굳게 무장한다면 약국처럼 좋은 건강센터는 없다.
얼마 전 대체의학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최면용 약사도 자신의 논문에서 ‘처방조제만을 고집하는 것은 스스로 `좁은 약사'로 한정시키는 편협한 생각이며, 그에 따라 약국도 쇠퇴해 갈 수밖에 없다. 약국경영 다각화를 이룩하려면 단지 해당제품 몇 가지를 진열하는 것이 아닌 해당분야에 대한 철저한 지식습득이 전제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해 간다. 빛을 향해 나아가려는 자는 빛의 속성을 알아야 한다. 빛은 꺾임 없이 비친다는 사실을…. 직사광으로 비치는 빛을 거슬려 가려면 스스로도 우회하지 말아야 한다.
건강기능식품법의 발동과 함께 거대한 건식 시장의 재편 바람이 불고 있다. 머지잖아 건식 시장의 규모가 의약품 시장을 넘보게 되리라는 예단도 빈말이 아니다. 전국 2만여 개국약사들이 모두 건식의 주역으로 나설 때만이, 약국은 이 시장의 메이저로 부상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