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2> ‘약의 날’의 제정, 중단, 부활 및 법정화의 역사
심창구 교수의 약창춘추
이종운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6-09-23 15:43

 ‘약의 날’의 제정, 중단, 부활 및 법정화의 역사
 

‘약의 날’은 약사법(藥事法) 제정 4주년을 기념하여 1957년 처음으로 11월 18일로 지정되었다. 11월 18일이 1953년 제정된 약사법의 공포일 또는 국회 통과일에 맞춰 정해졌다는 주장도 있으나, 국회 회의록과 정부 기록물 등을 조사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초기에는 6월이나 7월 중에 약의 날을 정하려고도 하였으나, 약계의 참여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11월 18일로 결정된 것이라고 한다. (이상 유대규, 「11월 18일 ‘약의 날’의 유래와 오해」, 『약학사회지』 7권 1호, 79~92쪽, 2024)

그러나 약의 날은 이듬해인 1958년부터 1972년까지 매년 10월 10일로 바뀌었는데, 이는 1958년 대한약전(大韓藥典)이 제정·공포된 날인 10월 10일을 기념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그러던 약의 날은 1973년 ‘보건의 날’로 통합되는 바람에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2003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의해 제5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식약청장)에 임명된 나는 곧바로 30년째 사라져 있는 약의 날 부활(復活)에 착수하였다. 매년 식약청이 ‘식품안전의 날’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것처럼, 의약품 안전과 관련된 ‘약의 날’도 부활시켜 기념하는 것이 지극히 마땅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마침 2000년부터 의약분업(醫藥分業)이 시행되면서 의약품의 안전성과 신약 개발 등 약업 발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提高)가 어느 때보다 절실히 필요해진 상황이기도 했다.

약의 날은 원래 민간 주도의 행사였기에, 식약청 입장에서는 대한약사회(회장 원희목) 등 약업 관련 민간단체들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하였다. 나는 약의 날이 결코 약사들의 친목행사일에 불과하지 않도록 유념하면서 범약계의 합의 도출을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2003년 10월 10일, 대망의 제17회 약의 날 부활 기념식을 개최할 수 있었다. 

실로 30년만의 부활이었다. 당일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는 1) 약의 날 부활 선포, 2) 대통령 축하 메시지, 3) 식약청장 기념사, 4) 축사, 5) 의약 발전 유공자 포상, 6) 신약 개발의 가치와 제약산업의 미래에 관한 특별보고, 7) 학술대회 및 기념 포럼 등의 순서로 기념 행사가 진행되었다.

부활 기념식이 열린 2003년 10월 10일은, 노무현 대통령이 국민에게 재신임 여부를 묻는 중간평가를 실시하겠다고 선언한 날이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나는 최대한 침착하게 행사를 진행하였다. 그 와중에 대통령은 약의 날 부활을 축하하는 영상을 보내왔다. 

대통령은 영상을 통해 “여러분은 가장 친근한 곳에서 국민의 건강을 돌보는 친근한 이웃의 역할을 잘 감당해 왔습니다. 의약분업이라는 어려운 결정도 국민의 건강을 먼저 생각하며 기꺼이 받아들였습니다. 덕분에 3년이 지난 지금, 의약분업은 상당히 안정적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습니다. 고맙게 생각합니다”라고 하였다. 또 약업계의 새로운 소망인 생명공학 육성과 신약 개발을 위해 정부의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하였다. 축사 전문은 대한민국 정책브리핑(현재의 Korea.kr)에 남아 있다.

그런데 부활한 약의 날인 10월 10일은 식약청이 국정감사를 받는 기간과 겹치는 문제가 있었다. 이에 2005년부터 다시 11월 18일을 약의 날로 환원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약의 날이 부활한 지 10년 후인 2013년, 식약청은 복지부의 품을 떠나 국무총리실 소속의 식품의약품안전처(食藥處)로 승격되었다. 이어 2021년에는 약사법 개정을 통해 약의 날이 식약처가 주관하는 법정기념일(法定紀念日)이 되었다. 이때부터 약의 날을 기념하여 의약품 안전성 향상 등에 기여한 유공자에게 훈장 등을 수여하는 포상도 가능해졌다.

2021년 11월 18일, 민간 주도로는 마지막으로 약의 날 행사를 공동 주관한 약계 7단체는, 황송하게도 약의 날을 부활시킨 공로를 들어 내게 감사패를 주셨다. 제정, 중단, 부활, 법정화의 과정을 거쳐온 약의 날의 진화 과정은 대한민국 약계 발전의 이정표(里程標)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소개> 심창구 교수(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약학대학 교수와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으로 대한약학회 약학사분과학회 명예회장과 서울대 약학박물관 명예관장을 맡고 있다.  심 교수의 약창춘추 칼럼은 2007년 처음 게재된 이후 현재까지 약 400여 회 이상 집필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3권(약창춘추, 약창춘추2, 약창춘추3) 책으로 묶어 순차적으로 발간한 바 있다. 가장 최근에 발간된 약창춘추3은 현재 교보문고를 비롯한 시중 인터넷 서점과 약업닷컴 북몰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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