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이혼보다 어려운 재산분할
심연와 변호사의 법률상담
이종운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6-09-15 09:10

이혼보다 어려운 재산분할

“우리, 이혼하자.”
수많은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지만, 이 한마디가 끝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감정의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재산분할’이라는 거대한 현실의 산이 버티고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혼 자체의 어려움에만 집중하지만, 실무에서는 이혼보다 재산분할 과정에서 더 큰 갈등을 겪는 사례를 흔히 봅니다. 단순히 재산을 반으로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재산분할은 지난 혼인기간 동안 형성한 재산을 법률적, 경제적으로 정산하는 꽤 복잡한 과정입니다.

무엇을, 언제 기준으로 나누는가? – 분할대상과 기준시점

재산분할의 첫 번째 단추는 ‘무엇을 나눌 것인가’를 정하는 것입니다. 법원은 부부가 혼인 중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하고 유지한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봅니다(민법 제839조의2). 맞벌이는 물론, 전업주부의 가사노동이나 내조 역시 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로 명백히 인정됩니다.

문제는 ‘특유재산’입니다. 혼인 전부터 가지고 있던 재산이나 혼인 중 부모로부터 상속·증여받은 재산은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이 아닙니다. 하지만 배우자가 그 특유재산의 유지나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남편이 상속받은 아파트의 대출금을 아내가 함께 갚았거나, 아내의 소득으로 생활비를 충당하여 남편이 자신의 상속 재산을 보전할 수 있었다면 그 아파트 역시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퇴직금, 연금 등 장래의 수입도 분할 대상이 될 수 있어 다툼의 소지는 더욱 커집니다.

분할할 재산의 범위를 정했다면, ‘언제’를 기준으로 가치를 평가할지가 중요합니다. 판례는 재판상 이혼의 경우 ‘소송의 사실심 변론종결일’을 기준으로 재산의 가액을 산정합니다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4므10370 판결). 협의이혼의 경우에는 ‘이혼신고일’이 기준이 됩니다 (대법원 2016. 5. 26. 선고 2014다222909 판결). 이 기준 시점에 따라 부동산 시세나 예금 잔액이 달라져 분할 액수에 큰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기여도 산정, 치열한 전쟁

재산분할의 핵심이자 가장 치열한 다툼이 벌어지는 지점은 바로 ‘기여도’입니다. 법원은 재산 형성 및 유지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따져 분할 비율을 정합니다. 소득의 많고 적음이 절대적인 기준이 되지는 않습니다. 혼인 기간, 자녀 양육, 가사노동의 정도, 재산 관리 방식 등 수많은 요소가 종합적으로 고려됩니다.

예를 들어, 20년 이상 혼인 생활을 유지하며 자녀를 양육하고 살림을 도맡아 온 전업주부의 기여도는 40~50%까지 인정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눈에 보이는 소득 활동뿐만 아니라, 가정의 유지와 안정을 통해 배우자의 사회경제적 활동을 뒷받침한 무형의 기여를 법원이 높게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기여도는 명확한 공식이 있다기 보다는 각자의 역할을 구체적인 증거로 입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재산만 나누는 것이 아니다 – 빚(채무)의 분할

재산분할은 적극재산(+)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소극재산(-) 즉, 빚도 함께 나누는 과정입니다. 부부가 공동생활을 위해 빌린 돈(주택담보대출, 생활비 대출 등)은 분할 대상 채무가 됩니다.

그러나 일방이 개인적인 주식 투자나 유흥, 도박 등으로 발생시킨 채무는 원칙적으로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어 채무자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만약 부부의 전체 재산보다 빚이 더 많은 ‘채무초과’ 상태라면 어떻게 될까요? 법원은 채무 발생 경위, 사용처 등을 고려하여 채무의 분담 비율을 정하기도 합니다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므718 판결 참조).

재산을 빼돌렸다면? – 사해행위 취소

이혼을 앞두고 배우자 일방이 재산분할을 피할 목적으로 자신의 재산을 타인(주로 부모, 형제)의 명의로 빼돌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러한 행위는 다른 배우자의 재산분할청구권을 해하는 ‘사해행위’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재산을 받은 사람을 상대로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재산을 원상회복시킨 후 분할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한편, 채무초과 상태에 있는 사람이 이혼하면서 배우자에게 과도한 재산을 분할해 주는 약정은 채권자에 대한 사해행위가 되어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법원은 재산분할이 민법 제839조의2 제2항의 취지에 따른 상당한 정도를 벗어나는지 여부를 엄격히 심리합니다.

맺음말

이처럼 재산분할은 단순히 숫자를 나누는 산수가 아니라, 혼인 기간 동안 형성한 재산을 확인하고, 그 재산에 대한 각자의 기여도를 평가함으로써, 재산분할청구권의 존부와 내용을 확정하는 복잡한 과정입니다. 감정적인 대응만으로는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어렵습니다.

이혼이라는 힘든 결정을 내렸다면, 재산분할이라는 또 다른 산을 넘기 위해 냉철하게 준비해야 합니다. 분할 대상 재산을 꼼꼼히 파악하고, 자신의 기여도를 입증할 객관적인 자료를 미리 확보하며,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통해 체계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고 공정한 결과를 얻는 지름길이 될 것입니다.

<필자소개>  심연와 변호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41기 수료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인 민형사 금융 소송 전문 14년차 중견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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