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문전약국 권리금 4억, 법원은 왜 절반만 인정했나?
이종운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26-05-13 09:18

문전약국 권리금 4억, 법원은 왜 절반만 인정했나?

약국의 권리금, 그 빛과 그림자

약국 개국을 준비하거나 양도·양수를 앞둔 약사에게 ‘권리금’은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입니다. 수년간 쌓아온 영업 노하우, 단골 고객,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입지’의 가치가 응축된 결과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병원 정문 바로 앞에 위치한 이른바 ‘문전약국’의 권리금은 수억 원을 호가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만약 임대차 계약 종료를 앞두고 거액의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는데, 임대인이 정당한 이유 없이 새로운 약사와의 계약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최근 이러한 약사들의 오랜 고민에 대해 법원이 중요한 판단을 내놓아 주목할 만합니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1가합559673 판결).

임대인의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 책임은 ‘인정’

위 사건에서 법원은 먼저 임대인의 책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는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 ​6개월 전부터​ 정당한 사유 없이 임차인이 주선한 신규임차인과의 계약 체결을 거절하여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를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위 판결은 더 나아가, 임대인이 ‘상가를 직접 사용하겠다’ 또는 ‘어차피 새로운 임차인과는 계약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표시했다면, 임차인이 굳이 새로운 임차인을 주선하는 불필요한 절차를 밟지 않았더라도 임대인에게 권리금 회수 방해의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봅니다 (대법원 2019. 7. 4. 선고 2018다284226 판결). 

손해배상액은 ‘50% 감액’, 그 이유는?

이 판결의 핵심은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습니다. 신규임차인과 권리금 4억 원을 약정했더라도, 임대차 종료 당시 감정 권리금(약 3억 5천만 원)이 더 낮아 이를 기준으로 삼은 뒤, 장소적 이익의 비중 등을 고려해 170,631,855원만 인정되었습니다.

법원은 권리금의 성격을 면밀히 분석했습니다. 권리금은 임차인의 노력으로 쌓은 ‘영업상 가치’와 건물의 위치나 상권 등에서 비롯되는 ‘장소적 이익’이 결합된 것입니다. 특히 문전약국의 높은 권리금 중 장소적 이익 부분은 임차인의 노력만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였습니다.

따라서 손해액을 산정할 때 이러한 임대인의 기여분을 참작하여 ‘공평의 원칙’에 따라 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급심 판결에서도 임대차계약 체결 당시 상가임대차법에 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조항이 없었던 점, 임차인이 최초 입점 시 권리금을 지급하지 않은 점, 장기간 영업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기회가 있었던 점, 권리금 중 장소적 이익(바닥권리금)은 임차인의 노력만으로 형성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임대인의 책임을 제한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즉, 법원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호하면서도, 사안별 사정을 종합해 감액하는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권리, 아는 만큼 지킬 수 있다

이번 판결은 약사들에게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첫째, 임대인의 부당한 방해로부터 권리금을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는 확신입니다. 둘째, 그 보호가 권리금 전액의 보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약국의 가치 형성에 대한 여러 요소를 법원이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는 점입니다.

권리금 분쟁은 복잡하고 개별 사안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임대차 계약의 종료 및 갱신, 권리금 계약 시점부터 임대인과의 협의 과정을 기록으로 남기고, 분쟁 발생 시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아 자신의 소중한 재산적 가치를 현명하게 지켜나가야 할 것입니다.

<필자소개>  심연와 변호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41기 수료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인 민형사 금융 소송 전문 14년차 중견 변호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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