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를 시작하며]
새 칼럼 ‘심연와 변호사의 법률민원상담’이 시작됩니다. 본 칼럼의 집필을 담당하게 될 심연와 변호사는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를 최우등으로 졸업했으며 제50회 사법시험 합격 후 사법연수원 41기 수료를 거쳐 현재 법무법인(유한) 한별의 파트너 변호사로 재직 중인 민형사 금융 소송 전문 14년차 중견 변호사입니다. 심 변호사는 본 란을 통해 약사를 비롯한 약업관계자 여러분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법률정보를 제공해 나갈 계획입니다. <편집자>
: 변호사 심연와. wah1248@hanbl.co.kr 02-6255-7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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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입지 관련 허위 정보로 인한 권리금 계약 취소 가능”
약국 개설의 성패를 좌우하는 주변 의료 환경
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라면 누구나 '좋은 입지'를 찾기 위해 고심합니다. 특히 약국의 입지를 평가하는 주된 요소는 주변에 어떤 병·의원이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법원 판결(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의 판결 2014가합103317)은 약국 개설 과정에서 주변 의료 환경에 대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이와 관련된 권리금 약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1억 5천만 원의 권리금, 무엇에 대한 대가였는가
이 사건의 원고는 약국 개설을 위한 점포를 물색하던 중 신축 예정인 상가 건물을 소개받았습니다. 상가 건물의 분양을 담당하는 회사의 대표이사인 피고는 원고에게 "이비인후과 원장의 아내가 이 상가 303호를 업종을 이비인후과로 정하여 계약하였으므로 이비인후과 의원이 입점할 예정이고, 소아과 의원도 입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설명을 믿은 원고는 약국 용도로 해당 상가의 104호를 분양받기로 결정했고, 분양대금 약 9억 9천만 원 외에 피고가 요구한 권리금 1억 5천만 원까지 지급했습니다. 이 권리금은 상가에 이비인후과와 소아과가 입점함에 따른 약국으로서의 영업상 이점 등 무형의 재산적 가치에 대한 대가였습니다.
현실은 기대와 달랐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비인후과 의원의 입점이 확정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비록 이비인후과 의사의 아내가 해당 상가의 303호에 대해 업종을 이비인후과로 정하여 분양계약을 체결하고 소유권이전등기까지 받았지만, 결국 이비인후과 의원은 입점하지 않았고 소아과 의원만 입점한 상태였습니다.
법원의 판단: 권리금 약정 취소 인정
법원은 "일반적으로 약국의 입지 선정에 있어서는 약국 주변에 개설된 병·의원의 수효 및 진료과목, 병·의원과 약국 사이의 거리 등이 가장 중요한 고려사항들"이라고 전제하면서, 이 사건에서 이비인후과 의원의 입점 여부는 "장래에 대한 단순한 기대라고 할 수 없고 이 사건 권리금 약정의 중요한 내용을 이룬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원고가 이비인후과 의원의 입점이 확정되었다고 착오한 상태에서 권리금 약정을 체결했으므로, 민법상 착오를 이유로 한 권리금 약정 취소를 인정했습니다. 결국 피고는 원고에게 권리금 1억 5천만 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약국 개설자가 주의해야 할 법적 포인트
이 판결은 약국을 개설하려는 약사들에게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합니다.
첫째, 약국 입지 선정 시 주변 의료 환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 확인이 필수적입니다. 단순히 구두 약속이나 설명에 의존하지 말고, 실제로 의원 개설이 확정된 것인지 계약서나 관련 서류를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권리금 지급 시에는 그 대가로 얻게 되는 가치가 명확히 무엇인지 서면으로 작성하고, 만약 그 가치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의 대응 방안도 계약서에 포함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피고가 자신이 아닌 다른 회사를 계약 당사자로 내세웠지만, 법원은 실질적인 계약 당사자가 피고라고 판단했습니다.
약국 개설, 신중함이 필요한 큰 결정
약국 개설은 약사에게 있어 인생의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입니다. 거액의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입지 선정과 계약 체결 과정에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특히 권리금과 같은 추가 비용을 지불할 때는 그 대가로 얻게 되는 가치가 확실한 것인지,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계약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약국 개설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분쟁의 한 사례를 보여주며, 약사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중요한 교훈이 됩니다. 약국 개설을 준비하는 약사들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고, 계약 내용을 꼼꼼히 검토하는 신중함을 가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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