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어머니나 할머니의 바느질하는 모습을 보면서 자란 바느질시대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짐작되는 상황에서 ‘골무’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식물 중에 ‘골무’가 들어가는 골무꽃이 있다. 우선 ‘골무’부터 알아보기로 한다. 지금은 완성품 옷을 사서 입지만 바느질 시대에는 집에서 바느질로 만들어 입었다. 그래서 바느질은 부녀자들의 매우 중요한 가사일 중의 하나였다. 골무는 바느질 할 때 손가락 끝이 아프거나 상처 나지 않도록 손가락 끝에 끼우는 보조기구로, 감투를 닮았고 가죽이나 헝겊을 여러 겹으로 배접을 해서 만든다. 바느질에 매우 중요한 보조도구의 하나이다.
조선조 후기 문학작품인 여류수필가의 규중칠우쟁론기(閨中七友爭論記)라는 수필에 ‘골무’가 등장한다. 규중칠우는 부인이 바느질에 필요한 7가지 도구 즉 골무, 가위, 바늘, 자, 다리미, 인두, 실을 말한다. 일곱 가지 도구를 각각 의인화(擬人化)하여 제 각기 공을 다투다가 주인마님의 책망을 듣는다는 내용이다. 인간의 심리변화와 이해관계에 따라 변하는 세태를 풍자하여 우리에게 좋은 교훈을 주는 작품이다.
골무꽃은 봄꽃으로 꽃 대궐을 장식하는 시기인 5월에 피었다가 풀이 욱어지는 여름에 소리 소문 없이 자취를 감춘다. 주로 중부이남 남쪽 지역에 분포하는 꿀풀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식물이다. 줄기는 네모지고 20-30 cm 높이로 곧게 자라며 가지를 치지 않는다. 잎은 원형에 가까운 심장형으로 줄기에 마주나며 잎자루가 길고 가장자리에 톱니가 있다. 5-6월에 줄기 끝에 연한 자주색 꽃이 한쪽을 향하여 2줄로 모여서 핀다.
꽃의 모양은 기다란 원통형으로 입술모양을 하고 있으며 윗입술꽃잎은 투구모양을 하고 있고 아랫입술꽃잎은 넓고 가운데 자주색 반점이 있다. 암술은 1개이고 수술은 4개이며 그 중 2개는 길고 2개는 짧아 (2강웅예) 전형적인 꿀풀과의 특징을 갖추고 있다. 열매는 호두나 개암과 같은 견과로 소견과(小堅果)라 하고 둘러싸고 있는 두꺼운 껍질은 꽃받침이고 돌기가 많으며 여러 개의 씨가 들어있다.
골무꽃의 이름은 꽃의 모양이 골무와 닮았다고 하여 생겨난 이름이라는 일부의 주장이 있으나 꽃을 아무리 이모저모 따져보아도 골무의 모양을 닮은 구석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지고 난 후에 씨방이 자라 열매가 되는데 씨방을 둘러싸고 있는 것이 꽃받침으로 열매의 모습이 골무의 모습과 어느 정도 닮은 구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열매모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 가라는 견해가 많고 대개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속명과 영어명도 모두 열매모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 우리도 열매모양에서 생긴 명칭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속명 스쿠텔라리아(Scutellaria)는 ‘작은 방패’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 스쿠텔라(scutella)에서 비롯되었다. 서양에서는 열매의 보양이 방패를 닮았다고 본 모양이다.
종명 인디카(indica)는 인도라는 뜻이며 식물의 자생지가 인도나 또는 인도 동쪽에 위치한 나라 즉 아시아 국가들 대표적으로 중국 등 동양국가를 의미한다. 영어명은 스컬캪(scullcap)이라고 하는데 ‘두개골’이라는 뜻으로 역시 속명처럼 열매 모양에서 식물이름을 따온 것으로 생각된다.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지만 성장한 식물체는 독성이 있음으로 먹어서는 안 된다. 대부분의 꿀풀과 식물은 독성이 없는데 골무꽃은 예외인 것 같다.
한방에서는 뿌리를 포함한 꽃 핀 식물 전체 말린 것을 한신초(韓信草)라 하며 진통과 지혈작용이 있고 장염과 이질에도 사용하며 종기에 효능이 있다. 생것을 짓찧어서 부스럼이나 악성종기, 뱀 물린 환부에 붙인다. 일본에서는 뿌리를 진통약, 강장약, 통경약으로 사용한다. 알려진 성분은 스쿠텔라린(scutellarin), 와고민(wagomin)과 같은 플라보노이드이며 이들 성분은 암세포성장억제작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