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부부의 심장 / <7> 내 어머니의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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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원장 김영조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8-06-18 13:54
6. 부부의 심장 



조용한 밤 우연히,

깊이 잠든 당신을 보며 느낍니다.

이 세상 많고 많은 사람 중에 당신과 나,

같은 뿌리로 서로 마주 보며 산 세월이 얼마인가.


아름다운 젊음이 가득했던 시절,

'사랑'이란 단어가 쑥스러워 말 못하고

마음에도 없는 말로 서운하게 했던 일.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사랑합니다.'


나를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부모님보다, 당신 곁에서 있었던 세월.

서로 마주 앉아 맑은 눈동자를 보며 지낸 세월이 더 깁니다.

때로는 서로가 다른 각을 가지고 다투기도 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함께 하고 있는 이유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과 나의 마음이 물 위에 떠 있었던 때

당신은 우주의 빛을 나에게 선사했습니다.

그것도 하나도 아니고 넷을 주었습니다.

그 빛이 잘 자라라고 새벽마다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교수 생활 뒷바라지에 힘들어도

당신은 나의 길을 가도록 불평 한 번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아플 때 나를 바라보는 그윽하고 깊은 눈망울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나는 받기만 했지요.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당신과 나는

세상 밑바닥까지 깊숙이 박힌 한 뿌리로 물을 빨아들여

네 개의 꽃을 피운

마주 보는 두 심장.


7    내 어머니의 심장

아흔이 다 되어 가시는 어머니.

 

젊은 시절부터 뇌막염, 늑막염, 척추염 등을 앓고
평생 약과 함께 살아오셨다.

오래전 내과 전공의 시절,

경련으로 입원하신 어머니의 뇌 CT 사진에서 발견된 동공들.
몇 년 후, 원인을 알 수 없었던 그 뇌 CT 사진과
같은 사진이 있는 논문을 발견했다.

낭미충증(cysticercosis).

돼지고기를 날것으로 먹었을 때 기생충 감염으로 생기는 질환이었다.
당시 치료 방법은 디스토마 치료로 시판되는 약을 대용량으로 사용하는 것.

약간의 부작용도 있었지만 어머니는 묵묵히 치료를 잘 견뎌주셨다.

그리고 3개월 뒤 뇌 CT 사진에서 동공이 점으로만 남아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평생 크고 작은 병치레를 하고 계시지만

문득 그때가 생각날 때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내 곁에서 영원히 결코 멈추지 않았으면 하는 심장.
언제까지고 지켜드리고 싶은 심장이다.

어머니께서 두 팔 벌려 나에게 달려오신다.

오늘 나는 어린아이처럼 작아져서
어머니 그 너른 품에 안기고 싶다.

, 봄꽃 내음 가득한 어머니.


                                         김영조원장<김영조 심혈을 기울이는 내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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