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 자주쓴풀(Swertia pseudochinensis)
권순경 (덕성여자대학교 약학대학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회회원)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6-12-14 09:50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한국사진가협회회원 권 순 경▲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한국사진가협회회원 권 순 경
라디오에서 패티김의 ‘가을을 남기고 사랑’이 잔잔히 흘러나온다. 정말 가을이 성큼 다가 왔다. 카메라를 메고 산에 올라가 보면 가을 산야는 온통 국화과 식물로 덮여있어서 그 위세로 인해 다른 가을꽃들은 존재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여기 저기 가을꽃들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대표적인 가을꽃의 하나인 자주쓴풀도 그 중의 하나이다. 가을이 무르익을 즈음인 9-10월 경 양지바른 풀밭이나 습기가 있는 그늘진 곳에서 별모양의 자주 빛 꽃을 피운 식물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식물이 자주쓴풀이다.

자주쓴풀은 용담과에 속하며 첫해는 씨가 싹을 틔워서 잎만 돋아나고 이듬해 줄기가 자라면서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두해살이식물이다. 15-30 센티미터 정도 자라는 자그마한 식물로 잎이 돋아난 줄기에 곁가지가 돋아나고 줄기는 온통 검은 자주색을 띄고 있고 줄기 끝에 자주색 꽃이 핀다.

여러 송이의 꽃 배열형태는 원추형을 이루고 있고 특이하게도 꽃이 위에서 아래로 순차적으로 핀다. 꽃차례가 원추형인 식물에서는 일반적으로 아래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차례로 꽃이 핀다.

꽃받침, 꽃잎, 수술 모두 각각 5 개씩이고 암술은 1개이다. 길쭉한 타원형 꽃잎은 수평으로 배열되어 별 모양이고 꽃잎에는 자주색 줄무늬가 여러 개 있다. 수술대는 길게 방사상으로 뻗어 있고 꽃 밥은 노란색, 푸른색 또는 암자색으로 점차 변하며 수술대 밑 부분에는 연한 자주색의 가는 털이 에워싸고 있다. 암술대는 짧으며 암술머리는 뾰족한 모양을 하고 있지만 꽃가루받이 준비가 되었을 때는 뾰족하던 모양이 변해서 길쭉한 구멍이 생긴다. 뿌리는 노란색이다.


자주쓴풀은 ‘자주 빛 꽃을 피우는 쓴 풀’ 이라는 순수 우리말 식물명으로서 이름 자체가 생김새와 성질을 잘 나타내고 있다. 본래 ‘쓴풀‘이라는 식물이 따로 있으며 식물의 모양은 자주쓴풀과 닮았으며 흰 꽃이 핀다는 점만이 다를 뿐이다.

 

그래서 ’쓴풀‘ 앞에 ’자주‘를 붙여 자주쓴풀이 된 것이다. 이 식물은 쓴 맛이 어느 정도 길래 이름자체가 ’쓴 풀‘이 되었을까? 대표적인 쓴 맛을 가진 식물 중에 ’용담(龍膽)‘이라는 식물이 있다. 식물명에서 알 수 있듯이 ’용의 쓸개‘라는 뜻이다.

자주쓴풀의 쓴 맛은 용담보다도 10배 더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잎, 꽃, 줄기, 뿌리 모두가 써서 뜨거운 물에 천 번을 우려내도 쓴 맛이 없어지지 않을 정도라고 하니 과연 대단한 쓴 맛을 가진 식물로 이름값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대부분의 산나물로 이용되는 식물들은 어느 정도 쓴 맛을 갖고 있지만 데쳐서 잠시 물에 헹구면 쓴 맛을 제거 될 수 있다. 쓴 맛을 가진 식물 중에 우리에게 친숙한 씀바귀가 있다. 씀바귀는 쓰다고 하지만 우리가 나물로 즐겨 먹을 수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쓴풀이나 자주쓴풀은 독성 때문이 아니라 쓴맛 때문에 나물로는 전혀 사용할 수 없다.

한방에서는 꽃을 포함한 잎과 줄기 모두가 약재로 쓰이며 가을에 채취하여 말린 것을 당약(當藥)이라고 하며 주로 위장장애 질환에 많이 사용된다. 소화불량, 식욕부진, 복통, 설사, 위염 등에 쓰인다. 알려진 성분으로는 스워트티아마린(swertiamarin), 스워사이드(swerside)가 있다. 뿌리에는 황색 색소인 겐티신(gentisin)이 있다.

전체댓글 0개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