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한국사진가협회회원 권 순 경
일반적으로 사이즈가 작은 우리나라 야생화에 비하면 뻐국채는 꽃송이가 워낙 커서 멀리서도 금방 알아볼 수 있다.
뻐꾹채는 전국 어디에서나 높지 않은 산 중턱의 양지바른 풀밭에 하나씩 또는 무리지어 자라는 여러해살이풀로서 국화과 식물에 속하는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다.
하지만 울릉도나 제주도 같은 섬 지역에는 분포하지 않는다. 줄기 끝에 엉겅퀴와 흡사한 머리모양의 커다란 두상화 꽃송이가 하나씩 달린다.
뿌리에서 돋아난 잎은 꽃이 필 무렵까지도 그대로 남아있고 줄기에 서로 어긋나게 돋아난 잎은 민들레 잎처럼 깊게 갈라진다. 식물 전체가 흰털로 덮여있다. 꽃송이는 아래부위가 솔방울처럼 생겼고 위쪽 부위는 수많은 작은 꽃들이 뭉쳐 있다.
솔방울처럼 생긴 것을 총포(總苞)라 하며 갈색 비늘조각이 쌓여서 형성되어 있고 국화과 식물의 특징이지만 식물마다 모양이 조금씩 차이가 있다. 위 쪽 부위를 구성하고 있는 꽃들은 꽃잎이나 꽃받침은 없고 수술과 암술로만 꽃차례를 구성하고 있는데 이를 통상화(筒狀花) 또는 관상화(管狀花)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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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5월에 피는 꽃이 어디 뻐꾹채 뿐이랴? 수많은 꽃 중에서 뻐꾸기와 관련지은 것은 사람들 마음속에 뻐꾹채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애정이 깃들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여름철 숲속에서 은은하게 울러 퍼지는 뻐꾹새 소리는 우리의 영혼을 순화시켜 주는 것 같은 감정을 유발한다. 그래서 뻐꾹새 소리를 모두 좋아한다.
꽃봉오리의 밑 부위를 구성하는 비늘잎 즉 총포가 뻐꾸기 가슴 털 무늬처럼 보인다 해서 뻐꾹채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식물이름에는 각종 새 이름이 붙은 경우가 많은데 뻐꾸기 이름을 가진 식물은 뻐꾹나리와 뻐꾹채 2종뿐이다.
그런데 뻐꾸기가 다른 새의 둥지에 알을 낳아 부화시켜 키운다는 얌체 짓이 알려지면서 뻐꾸기에 좋은 감정을 가졌던 사람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즉 탁난(託卵)으로 번식하는 습성을 갖고 있다.
산에 다니다 보면 뻐꾹채의 개체수가 많이 줄어서 든 것 같다. 하지만 뻐꾹채는 씨의 발아율이 좋아서 번식에 문제가 없고 양지바른 정원에서 용이하게 키울 수도 있다. 도시뿐만 아니라 시골 길거리에도 온통 서양 원예종 꽃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시골길에 관상가치가 있고 크고 아름다운 뻐꾹채 같은 우리의 토종식물을 심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버이날과 스승의 날에 서양 꽃 카네이션 대신에 우리 꽃 뻐꾹채를 달자는 운동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뻐국채의 꽃 피는 시기가 기념일과 잘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어버이날이 5월 8일, 스승의 날이 5월 15일인 점을 감안하면 개화시기를 조금만 앞당기면 가능하자 않을까? 원예기술을 활용한다면 개화시기를 조절하는 것은 어렵지 않게 해결될 곳으로 생각된다.
뻐꾹채는 매우 유용한 식물이다. 어린잎은 데쳐 말려서 두고두고 나물로 먹을 수 있고 꽃이 피기 전 줄기는 껍질을 벗겨 생으로도 먹을 수 있는데 쌉쌀하면서 단맛이 난다. 그래서 먹거리가 부족했던 옛 날에는 시골 어린이들의 군것질 대용 역할을 했다.
고추장에 찍어서 반찬으로 먹을 수도 있다. 꽃봉오리에 밀가루를 입혀서 기름에 튀기면 고소하고 향기가 있어 일품요리로 알려져 있다. 한방에서는 말린 뿌리를 누로(漏蘆), 또는 야란(野蘭)이라 하며 해열, 해독, 염증에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