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 은칠기삼(恩七技三)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자 news@yakup.co.kr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6-03-21 14:32

사람들은 성공의 요인으로 운칠기삼(運七技三)을 꼽는다. 성공의 7할은 운(運) 때문이고, 기술(실력 또는 재주)의 기여도는 3할을 넘지 못한다는 생각의 표현이다.

사실 나름대로 성실히 사는데도 일이 잘 풀리지 않는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 내 친구 한 사람은 두 번이나 가게가 수용(收用)을 당하면서 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해 아직도 어렵게 살고 있다. 또 어떤 통닭집은 조류 독감이 유행해 문을 닫게 되고, 어떤 구멍가게는 불쑥 옆에 들어 온 대규모 마트 때문에 타격을 입는다. 이처럼 세상에는 운이 없어서 인생이 풀리지 않고, 그래서 억울한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로 많다. ‘운칠기삼’이 4자성어로 자리를 잡은 배경일 것이다.

약국의 성패에 있어서도 제일 중요한 건 길새(약국의 위치)라고 한다. 약사의 실력은 그 다음이란다. 화투에서도 손에 쥔 패가 좋은데 지는 사람이 있고, 쥔 패가 나쁜데 뒷장이 잘 붙어 승리하는 사람이 있다. 어떤 사람은 세상이 부러워하는 결혼을 하고도 파탄을 내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미약하게 시작을 하였지만 창대(昌大)한 결말을 맺기도 한다.

화투에서 뒷장이 잘 붙는 사람, 또 인생이 순조롭게 잘 풀리는 사람을 재수가 좋은 사람, 또는 운(運)이 좋은 사람이라 부른다. 아무래도 화투나 인생은 운(運)이 좋아야(또는 재수가 있어야) 성공하는 모양이다. 심지어 신약개발도 운이 따라야 성공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언제 어떤 사람에게 어떤 운이 왜 따르는지를 미리 알지 못한다.

한편 크리스찬들은 운(運)을 ‘하나님이 주신 은혜(恩惠)’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은혜로 받았으니 하나님을 찬양하고 하나님께 감사를 돌린다. 그러고 보면 크리스찬에게는 운칠기삼이 아니라 은칠기삼(恩七技三)이 더 타당한 말일 것이다. 다만 언제 어떤 사람에게 어떤 은혜가 왜 임하는지는 크리스찬도 그 비밀을 미리 알지 못한다.

나는 결혼식 주례사에서 이렇게 말하곤 한다. ‘결혼은 마치 신랑 신부 두 사람이 조그만 나룻배를 저어 태평양을 건너는 항해와 같다. 기본적으로 두 사람은 합심해 목적지 항구 방향으로 노를 저어야 한다. 그러나 두 사람이 아무리 합심해 노를 저어도 도중에 태풍을 만나면 배가 뒤집힐 수 있다.

그러므로 항해 중에 순풍을 만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데 순풍은 두 사람의 능력이나 기술이 아닌 하나님의 은혜로 주어지는 것이다. 은혜의 시(時)와 양(量)은 하나님의 영역에 속하는 ‘비밀’이므로, 두 사람이 해야 할 일은 성실하게 노를 저으며 겸손히 하나님의 은혜를 간구하는 일뿐이다. 그야말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하는 것뿐이다. 그러므로 나는 두 사람의 인생 항로에 하나님의 축복, 즉 순풍의 은혜가 임하기를 축원한다.’ 라고 말한다.

크리스찬은 내 노력으로 받지 않은 모든 것을 하나님의 축복의 결과, 즉 은혜라고 믿는다. 나의 성공은 물론, 때때로 자랑하는 외모, 두뇌, 성격, 재산, 배우자, 친구, 출세, 건강 등의 모든 것이 내 수고가 아니라 하나님의 축복으로 받은 것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깨달은 사람은 저절로 겸손해지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게 된다. 믿음이 좋은 크리스찬일수록 범사(凡事)에 미리 감사하게 된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은 성공을 운이나 요행(僥倖)의 결과로 여기지 않고 하나님 은혜의 결과로 받아 들인다. 또 내 기술(능력)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만에 빠지지 않고 범사에 최선을 다하는 성실한 사람이 된다. 사람이 최선을 다 해도 실패할 수 있다는 은혜의 비밀, 즉 은칠기삼(恩七技三)의 비밀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기만큼 이루지 못한 사람을 이해하고 함부로 비웃지 않는다. 마침내 이웃을 사랑하는 데에까지 이르게 된다.

새해에도 여전히 지구 도처가 전쟁과 증오로 넘치고 있다. 이 모든 것이 사람들 마음에 하나님 은혜에 대한 감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우리는 감사의 회복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하여야 한다. 그것만이 인류의 평화를 회복하는 근본적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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