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성여자대학교 명예교수/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메꽃은 우리나라 어디든지 밭이나 들 또는 인가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야생화여서 매우 친숙한 꽃 중의 하나이다. 6-8월 한 여름에 잎겨드랑이에서 유난히 길게 자라나온 꽃대에 깔때기 모양의 연한 분홍색 꽃을 피우는데 언 듯 보면 나팔꽃처럼 생겨서 혼동하기 쉽다.
메꽃과에 속하며 다른 풀대나 작은 나무를 감고 올라가는 여러해살이 덩굴식물로서 50-100m 정도 자라는 우리나라 토종식물이다. 꽃잎이 모두 붙어서 하나로 합쳐진 통꽃으로 아침에 꽃이 피었다가 해가 지면 꽃도 져버린다. 이처럼 꽃이 피고 지고를 반복함으로 여름 내내 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메꽃은 우리에게 매우 오래 가는 꽃으로 인식되기 쉽지만 한번 피었던 꽃은 하루 만에 지고 다음날 피는 꽃은 새로운 꽃봉오리에서 피어난 꽃이다. 수술 5개와 암술 1개가 꽃송이 깊숙이 자리하고 있으며 꽃가루받이를 하더라도 열매를 잘 맺지 못한다. 외모가 비슷한 나팔꽃은 꽃 색이 달라서 남보라색이고 원산지가 인도인 외래종이며 한해살이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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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꽃을 고자화(鼓子花)라고도 하는데 언뜻 그 연유를 쉽게 알 수 없었지만 알고 보면 재미있는 구석이 있다. 거세를 당해서 생식능력이 없는 남자를 흔히 고자라고 하는데 메꽃이 열매를 맺지 못한다고 해서 고자화라는 별명을 얻게 된 것이다.
사실 메꽃은 자가수정 즉 같은 꽃송이 안에 이웃하고 있는 암술과 수술이 꽃가루받이를 하지 않는다. 타가수정 즉 다른 구루의 꽃과 꽃가루받이를 해야 만이 열매를 맺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설사 자가수정을 하더라도 수정된 암술이 암술 관을 타고 자방까지 이동 중에 관이 막혀서 자방에 다다르지 못하거나 또는 자방에 도달하더라도 세포분열이 되지 않아 결실을 맺을 수 없게 된다.
자가수정을 하게 되면 열성인자의 발현으로 건실한 후손을 얻을 수 없게 됨으로 타가수정을 선호하도록 진화한 것이다. 인간도 친인척과는 결혼을 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식물의 생식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오묘한 이치를 알고 나면 놀라운 자연의 질서에 다시 한 번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메꽃은 덩굴로 감고 올라가는 성질 때문에 선화(旋花)라는 이름도 있으며 열매 맺기가 힘들므로 종자보다는 뿌리줄기로 더 잘 번식 한다.
메꽃은 약초로도 중요하지만 먹을 것이 부족했던 시절 구황식물로도 중요한 역할을 헸던 매우 고마운 식물이다. 어린순을 나물로 먹을 수 있고 그리고 살찐 뿌리줄기는 달콤한 맛이 있어서 생으로도 먹을 수 있고 찌거나 삶아서 먹기도 하고 쌀과 함께 죽을 끌이거나 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이른 봄날 밭에서 메꽃줄기가 말라있는 주변 땅을 파면 흰색의 기다란 뿌리줄기를 얻을 수 있다. 한방에서는 뿌리줄기를 포함한 전초(全草)를 약재로 사용하며 이뇨, 강장, 피로회복, 항당뇨약으로 시용한다. 켐페롤 -3-람노사이드라는 성분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