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2> 로봇 인간 시대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4-06-11 10:50
TV를 보면 인간들이 로봇과 세상의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는 영화가 종종 방영된다. 나는 그런 영화가 나오면 즉시 채널을 돌려버린다.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이야기를 보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며칠 전 교회의 장로수련회에서 한 미래학자의 특강을 들어 보니, 그 영화의 내용이 결코 허황된 것이 아니란다. 30년 이내에 실제로 그런 시대가 오게 된단다. 즉 사람 몸의 일부가 로봇 장기(臟器)로 대체될 뿐만 아니라, 생각하는 기능마저 갖춘 로봇 인간들이 사람들과 함께 사는 세상이 온다는 것이다. 그 강사는 그런 로봇 인간 시대에는 어떻게 하나님을 믿어야 하나를 묻고 있었다.

강의를 들으며 잠시 세상의 변화를 되돌아 보니, 길지 않은 내 인생 66년 간에도 수많은 변화가 있었다. 세월이 갈수록 변화의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진 것 같았다. 내가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1972년까지 내 고향 경기도 김포의 새텃말에는 전기가 들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사람들은 깜깜한 저녁을 깜빡이는 등잔불에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랬던 동네에 1985년엔가 전화가 가설되었다. 그것도 심지어 집집마다에! 상전벽해(桑田碧海)가 따로 없었다. 영국 런던 출장 길에 시골집에 첫 전화를 걸었을 때, 그 먼데까지 또렷이 들리던 아버지의 목소리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

대학에 다니던 1960년대에는 집에 전화기가 없는 약대 교수님이 여러분 계셨다. 집에 전화기가 있으면 당시에는 부자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었다. 그러던 전화기가 1985년에는 드디어 우리 집에까지 설치될 정도로 보편화 되었다. 얼마 후에는 소위 ‘삐삐’라는 것이 나와 아무데서나 사람을 호출할 수 있게 되었다. ‘삐삐’는 뒤이어 나온 휴대폰에 밀려 짧게 생애를 마감하였다. 마침내 오늘 날에는 모든 사람이 개인용 전화기를 휴대하고 활보하는 문자 그대로 ‘개인 통화’의 시대가 되었다.

1979년 유학을 간 일본에는 개인용 컴퓨터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그 때에는 컴퓨터란 주로 계산을 하기 위한 기계이었다. 그러던 컴퓨터에 언제부터인가 인터넷 기능이 탑재되면서, 좀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류의 역사는 더욱 급속한 속도로 변화하기 시작하였다. 인터넷을 통해 통신과 정보가 흘러 넘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기능은 지금 휴대폰에까지 탑재되었다. 그래서 휴대폰은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전화기가 아니다. 터치만 하면 카메라가 되고 시계가 되며, 길을 알려주는 길라잡이가 될 뿐만 아니라, 신문, 방송, 영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그야말로 만능 기계가 된다. 나만해도 요즘 휴대폰의 유튜브를 통해 온갖 가수들의 온갖 음악을 자유자재로 즐기고 있을 정도이다. 이제 휴대폰은 만능기(萬能機)나 전지전능기(全知全能機)로 그 이름을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정말로 60년 전에는 꿈도 꾸어보지 못한 대단한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를 돌아보면, 앞으로 30년 이내에 로봇 인간 시대가 오지 말라는 법도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심지어 그 때에는 로봇 인간이 대통령이나 시장으로 뽑히는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런 시대에 있어서 인간의 정체성은 무엇이며, 하나님은 어떻게 믿어야 할까? 혼란스럽기만 하다. 강사는 말하였다. “이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기독교는 변해서는 안될 본질(本質)은 굳게 지키되, 변해도 괜찮은 형식(形式)은 과감하게 바꾸어야 한다”고.

본질을 지키는 것이 어찌 종교에서만 중요한 일이겠는가? 문제는 형식에 가려 있는 본질을 파악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일 뿐이다. 그러나 형식은, 본질과 균형을 이루고 있기만 하다면, 결코 본질을 손상시키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본질을 지켜준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로봇 인간 시대의 도래(到來)로 상징되는 급속한 변화의 시대에, 우리가 끝까지 지켜야 할 삶의 본질적 가치는 무엇이고, 또 받아들여야 할 변화는 무엇일까? 그리고 방금 투표한 지방 선거는 이 질문에 무슨 대답을 줄 수 있을까? 그저 하나님께 모든 것을 간구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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