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덕성여대 약대 명예교수, 한국사진작가협회회원 권순경아직은 싸늘하지만 대지에 봄기운이 퍼질 무렵 주로 산의 비탈진 골짜기에 핀 아주 작고 귀여운 꽃을 만나게 되는데 이 꽃이 바로 노루귀다. 한 자리에서 여러 개의 꽃대가 나오며 각 꽃대마다 한 송이씩 달린다. 꽃 색 갈도 다양해서 흰색, 분홍색, 붉은색, 보라색 등 여러 가지 색의 꽃이 피며 꽃 사진작가들이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는 야생화 중의 하나이다.
노루귀는 미나리아제비과 여러해살이식물로서 꽃에는 향기가 있으며 노란색의 수술을 많이 갖고 있다. 아직은 기온이 낮은 시기인데 이 연약한 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을 보면 외유내강의 식물이라는 감을 갖게 된다. 늦추위로부터 나약한 몸을 보호하기 위하여 꽃자루와 꽃 뒷면 등 온몸을 하얀 부드러운 털로 감싸고 있다. 또한 꽃은 해바라기처럼 햇빛을 따라 돌면서 태양광으로 수술과 암술을 덥인다. 일교차가 심한 이른 봄에는 보온이 중요함으로 밤에는 열의 발산을 막을 뿐만 아니라 꽃향기가 발산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꽃잎이 오므라들어서 닫아버린다. 이렇게 절약한 향기로 다시 곤충을 유혹한다.
노루귀라는 예뿐 식물명은 잎의 모양을 본 따 지은 것이다. 즉 잎이 돋아날 때 깔때기처럼 말려서 나오는데 갈라진 잎이 하얀 털로 덮여있어서 마치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하여 붙여졌다. 이른 봄에 피는 꽃들이 대부분 그러하듯이 꽃이 먼저 피고 꽃이 질 때 쯤 뿌리에서 잎이 돋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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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틴어 식물명(학명)의 속명 Hepatica는 간장(肝臟)이라는 뜻인데 갈라진 잎 모양이 간장을 닮았다하여 생겨난 명칭이다. 같은 식물을 보고 우리는 노루귀를 연상했지만 서양 사람들은 간의 모양을 연상한 것이다. 우리가 훨씬 시적이고 정서적으로 보인다. 우리가 꽃이라고 부르는 것은 사실은 꽃잎이 아니라 꽃받침이 꽃잎으로 발달한 것이다. 그래서 노루귀에는 식물학적으로 꽃잎이 없다. 식물에서는 꽃받침이 꽃잎으로 발달한 경우가 흔히 있는 일이다.
대부분의 미나리아제비과 식물이 독성이 있음으로 나물로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뿌리를 포함한 모든 부분을 약으로 사용하는데 여름에 채취하여 건조한 후 보관하며 한방명은 장이세신(樟耳細辛)이다. 두통, 치통, 복통 등 각종 통증에 진통제로 쓰이며 기침, 설사에도 사용하고 약효성분으로 hepatrilobin, saponin이 들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