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5> 버킷 리스트
심창구 서울대 명예교수 기자 @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최종수정 2018-04-17 16:05

몇 년 전 교회에서 버킷 리스트(The Bucket List)란 영화를 보았다. 우연히 같은 병실을 쓰게 된 늙은 두 남자는 죽을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그 동안 하고 싶었는데 못 했던 일’, 즉 자신의 ‘버킷 리스트’에 들어 있는 일들을 해 보기 위해 병원을 뛰쳐나가 여행길에 오른다.

멋진 사냥하기, 문신해 보기, 카레이싱, 스카이다이빙, 눈물 날 때까지 웃어 보기, 가장 아름다운 소녀와 키스하기 등을 해 보면서 리스트를 지워나가기도 하고 추가해 가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두 사람은 인생의 기쁨과 삶의 의미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대사 중에 “인생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아니면 “당신의 인생이 다른 사람들을 기쁘게 해 주었는가?” 라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사후행로(死後行路, 천국 또는 지옥)가 결정된다는 이집트 속담이 소개되기도 한다. 잘 기억나진 않지만 두 사람이 ‘하고 싶은 것 다 해 보아도 허망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사랑만큼은 추구할만한 가치가 있음’을 깨닫는 것이 영화의 결말이 아니었나 한다. 

최근 미국 포틀랜드에서 목회를 하고 계신 K 목사님의 설교를 서울에서 들으며, 문득 내 버킷 리스트에는 무엇이 들어 있나 생각해 보았다. 며칠 전 나는 온열(溫熱) 매트 한 개와 카메라 한대를 샀는데, 이것들을 사기로 마음 먹고 기다린 일주일이 매우 행복하였다. 그것은 결코 물건 자체에 대한 기대감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매트는 허리 아픈 데에, 카메라는 인증 샷 찍는데 필요한 것이긴 하지만, 그 보다는 오래간만에 ‘무언가 사고 싶은 게 생겼다는 사실’ 자체가 나를 행복하게 한 것이다. 사실 나는 나는 상당히 오랫동안 사고 싶은 물건이 없었다. 새로운 버전의 휴대폰이나 카메라, 등이 발매되어도 별로 관심이 가지 않았다. 그랬는데 최근 누군가의 유혹으로 사고 싶은 물건이 생긴 것이다. 

내 버킷 리스트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잠시 생각해 보니 우선 일본의 좋은 온천에 가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떠 올랐다. 그 외에는 별로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하고 싶은 일들이 꼬물꼬물 떠오른다. 그렇게 큰 것 같지는 않지만 명예욕과 재물욕도 리스트에서 발견된다. 자식들로부터 효도도 받고 싶다. 남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평판도 듣고 싶다. 무엇이 가장 큰 글씨로 리스트에 쓰여 있나 자세히 살펴 보니, ‘육신의 건강과 평강 나아가 천국에 대한 소망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 버킷 리스트도 결코 만만치 않았다. 리스트를 둘러보니 모두 ‘노력은 하지 않고 편안하게 누리고 싶은 것뿐’ 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적지 않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약간의 허무주의 내지는 우울증에 빠진다. 그래서일까? 서운한 일도, 삐칠 일도 많아진다. 누가 나를 무시하지는 않는지 예민해진다. 왜 그럴까? 그것은 자신이 사람들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확신이 없기 때문이란다. 예수님은 광야에서 40일 동안 금식을 하시면서도 마귀와의 싸움에서 승리하셨다.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예수님께서 첫 성령 세례를 받으실 때부터 전 생애를 통하여 끊임없이 “너는 내가 기뻐하는 내 아들이다”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으셨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 예수님으로 하여금 인류를 위해 십자가마저 감당하실 수 있게 하였다는 이야기이다.

나이가 들수록 깨닫는 것은 삶의 본질은 사랑이라는 사실이다. 지식이나 이성은, 사랑에 비하면, 쓰레기처럼 초라해 보일 때가 적지 않다. 사랑은 종종 삶의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정도로 그 힘이 위대하다.

세상에서 이런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랑 결핍증 환자들’에게 기독교는 하나님의 사랑을 믿으라고 가르친다. 우리에 대한 하나님의 사랑만 확신할 수 있다면, 마치 예수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우리는 세상의 모든 일에서 승리하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마지막까지 추구해야 할 버킷 리스트는 과연 무엇일까? K 목사님 설교가 계속 귀에 맴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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