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때부터 자의반타의반 (自意半他意半) ‘약학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나의 관심사는 옛날 약학사가 아니라 근세 약학사이다. 옛날은 차치 (且置)하고 근세의 약학에 관한 기록도 매우 부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차에 얼마 전 한국약학대학교육협의회 (藥敎協)의 김대경 이사장으로부터 ‘한국약학사’ 를 편찬해 줄 수 없겠느냐는 부탁을 받았다. 걱정이 되었지만 사명감 때문에 ‘해보겠다’고 대답하였다. 내가 ‘해 보겠다’ 라고 대답한 것은 믿는 구석이 있기 때문이었다. 즉 2008년에 대한민국 학술원에서 발간한 ‘한국의 학술연구-약학’ 이란 책 4) 을 잘 보완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하였다. 이 책은 학술원 회원이신 이상섭 박사님이 편집책임을 맡으시고, 역시 학술원 회원이신 김낙두, 김영중 두 박사님과, 이승기, 심창구, 박정일, 김진웅 교수가 집필 및 편집위원으로 참여하여 발간한 책이다. 이 책은 학술원이 일반에게 널리 보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약학인 들에게조차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리나라 약학의 현황을 나름대로 잘 정리하고 있다. 부탁을 들은 며칠 후 이상섭 교수님을 경유하여 이 책을 ‘참조’하여 새로운 책을 만들 때에 문제는 없는가에 관한 학술원의 조언을 들은 다음, 한번 발간의 책임을 맡아 보기로 결심을 하였다.
그 후 10월 15-20일에 미국약학회 (AAPS, 시카고)에 다녀 오며 이 책의 발간에 관해 좀 더 깊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이 때 떠 오른 아이디어는 G7 프로젝트 이후 우리나라 제약기업이 수행한 연구 프로젝트를 정리하면 우리나라 신약 연구의 흐름을 볼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마침 학회에 참석하신 ‘신약개발연구조합’의 이강추 회장님과 여재천 상무님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대 찬성이었다. 여상무는 한걸음 더 나가 조합의 역사, 신약개발 관련 법규의 제정 배경 등에 대해서도 정리해 줄 수 있다고 하였다. 또 다른 아이디어는 우리나라와 재미 (在美) 한인 약학자 간의 교류 모임인KAPSA나 SBR, 또는 KASBP 같은 모임의 역사를 정리함으로써 우리나라 약학과 미국 약학의 상호작용을 알아 보자는 것이었다. KAPSA에 대해서는 전 회장인 성균관대 박은석 교수에게, 그리고 SBR 과 KASBP에 대해서는 각각 안창호 박사와 현 회장인 BMS의 한용해 박사에게 글을 부탁하기로 마음 먹었다. 한편 미국 약대에서 교수로 근무하는 한인 약학자들, 미국 FDA (안혜영 박사) 와 NIH (김희용 박사)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한인 약학자들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았다. 내친 김에 한국 약학자의 미국 (김병각), 유럽 (문창규, 권순경) 및 일본 (이은방) 유학사까지 정리한다면 우리나라 약학과 해외 약학과의 교류에 대한 전반적인 모습이 어느 정도 정리될 것 같았다. 아무쪼록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아 완성도가 제법 높은 ‘한국 약학사’ 책이 만들어질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
1) 김신근, 한국의약사 (韓國醫藥史), 서울대학교 출판부, 서울 (2001)
2) 심창구 외, 한국약학사, 약학회지, 51(6), 361-382 (2007)
3) 沈昌求 外, 韓國の 藥學, 藥史学雜誌, 43(2), 128-139 (2008)
4) 이상섭 외, 한국의 학술연구, 자연과학편 제9집 –약학, 대한민국 학술원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