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연회의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았다. 개회사 (일본약제학회 고문, 고니시 박사), 학회장 인사 (홋까이도대학 약학부, 하라시마 교수), ‘인류 영지 (英知)의 결정이며 세계의 표준인 의약완전분업에 대하여’ (나가이 기념약학국제교류재단이사장 겸 학회 명예회장, 나가이 교수), ‘한국은 어떻게 세계표준의 의약완전분업을 달성하였나?’ (필자), 과거의 약해대국 (藥害大國) 일본과 약제사 (조사이대 약학부 초빙교수 기무라), ‘국민의 안전과 약해 (藥害)’ (탈리도마이드 피해자회 회장 마미야), 세계약제사의 역할 (동경도약제사회 회장겸 보생당 약국장 야마모토), 앞으로의 일본약제사의 역할 (우에다시 약제사회 회장 이이지마), 약제사회에 바라는 것 (1. 의사의 입장에서, 츠쿠바대 의학부 교수 마에노; 2. 일반시민의 입장에서, 호시노), 그리고 마지막으로 라운드디스커션, 의 순이었다.
심포지움을 연 목적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완전의약분업을 아직도 실시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의 상황을 개탄하면서, 약제사를 비롯한 일반 시민들의 분발 및 이해를 촉구하는 것이었다.
비록 참석자는 60명 정도에 불과하였지만 참석자 모두 시종 자세를 흩뜨리지 않고 발표를 경청하였다. 일반 신문사 기자의 취재도 있었다고 한다. 발표 내용은 예상을 크게 뛰어 넘는 것은 아니었다. 대체로 의사의 반대로 분업을 실시하지 못하는 답답함, 그리고 컨비니언트 스토어가 넘쳐나는 이 시대의 약국이 살아남을 방도 등에 대한 의견 제시가 주류이었다. 참고할 만 했던 것은 ‘강제분업’과 ‘임의분업’이라는 용어는 어감도 안 좋고 부정확하기도 하니 ‘완전분업’과 ‘불완전분업’으로 바꾸어 사용하자는 주장이었다.
우에다시 (上田市) 약제사회장은 지역 주민들을 위해 ‘지역밀착’형 건강도우미 역할을 철저히 할 때에만 약국이 성공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이분은 얼마 전 경기도약사회 초청으로 한국에 다녀 왔다고 한다. 나는 우리나라 의약분업 추진에 있어서 시민단체의 이니시어티브와 김대중 대통령의 공약이 큰 몫을 하였으며, 의약분업의 목표가 의약품의 안전사용에 있다고 볼 때에 우리나라 의약분업 12년의 성과는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표를 하였다.
이날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탈리도마이드 환자인 마미야 (間宮 淸)란 분이 직접 나와 1963년 경 일본의 의약품의 안전 관리가 얼마나 허술했는가? 그리고 당시 의사와 약사는 제 역할을 다 했는가 등에 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이었다. 당시 일본에서는 대일본제약이 이소민이라는 이름으로 이 약을 판매하였는데, 피해자가 일본 내에서 90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분은 두 팔이 발달하지 않아 손을 쓸 수 없었는데도 매우 성실한 자료 준비로 훌륭한 강의를 해 주었다. 탈리도마이드 사건의 피해자를 내 눈으로 직접 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끝으로 여비와 숙박비 외에 2012 렉춰 쉽 상 (lectureship award, 6만엔)을 부담해 준 나가이 재단에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