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4월 ‘약물감시에 관한 국제조화’에 관한 초청강연을 하기 위해 네덜란드의 도시 암스테르담에 간 일이 있었다. 그 곳에 가서 2가지 사실에 놀랐다. 우선 그 곳 노인들은 매달 연금을 받는데, 그 연금을 조금씩만 아껴 쓰면 1년에 1달은 외국에 가서 살 수 있을 정도로 복지가 완벽하였다. 이는 병원비가 무료라 아파도 연금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튤립의 나라라는 네덜란드의 길거리에 튤립이 없다는 사실에 놀랐다. 거리가 온통 튤립으로 장식되어 있을 줄 기대했었는데, 튤립을 비롯한 각종 꽃들은 유료 식물원 같은데 가야만 볼 수 있었다. 각종 꽃들은 유럽 각지로 팔기에도 바빠 길거리 장식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작년 가을 광화문 광장이 세종대왕 상을 세우는 등 새 단장을 마치고 시민에게 공개되었다. 광장은 온통 온갖 꽃으로 채워졌다. 그런데 얼마 안 되어 그 꽃을 파 버리더니 스노우 보드 대회니 빛의 축제니 뭐니 하는 행사를 연다고 한다. 그 때마다 광장의 조경은 바뀌고, 무엇인가가 설치되었다. 매스컴의 보도를 보면 이런 행사 하나에 몇 억 내지 몇 십억의 돈이 든다고 한다.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는 분명히 옛날에 비해 잘살게 되었다. 그러므로 당연히 옛날보다 세금도 더 거두어야 하고, 그 돈으로 조경도 잘해야 하고, 행사도 더 많이 해야 한다. 문제는 조경이 너무 호화롭고 행사가 너무 잦아 국민의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광화문 광장뿐이 아니다. 서울의 길거리에는 일년 내내 각종 꽃 장식이 넘친다. 또 일년 내내 도로 공사가 끊이지 않는다. 내가 늘 다니는 낙성대 길만 해도, 도로에 몇 년 전에 중앙 분리대를 만들어 나무와 꽃을 심더니, 작년에는 다시 중앙분리대를 없애면서 도로를 곡선으로 고쳤다. 이러한 낭비 성향은 나라 곳곳에서 발견된다.
세계에서 분수 (噴水)를 가장 많다는 나라, 성남시청처럼 지나치게 호화로운 지방청사를 짓는 나라, 과연 이런 것들이 우리 나라 분수에 합당한 칭호들인지 의문이 든다. 막말로, 정부나 지자체가 “네 돈이냐 내 돈이냐” 하는 심정으로, 또는 높은 사람들의 생색내기 용으로 길거리를 장식하고 호화로운 청사를 짓는 일에 세금을 마구 사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노숙자나 쪽방 사람들처럼 형편이 어려운 이웃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추운 겨울을 억지로 견뎌내는 이분들에게 광화문 광장의 조경은 무슨 의미를 가질까? 아직도 우리는 그들의 형편을 돕는 일에 훨씬 더 많은 예산을 사용해야 한다. 당연한 말이지만 그들도 우리의 국민이 아닌가? 아프고 약하고 힘없는 국민들을 보호하라고 정부가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 네덜란드도 길거리에 쓸 돈을 아껴 국민 복지에 사용하고 있는데.
예산을 책정하고 집행하는 높은 분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그분들의 집무실 벽에 노숙자, 쪽방 사람들, 몸이 아파 고생하는 어려운 우리 이웃의 모습을 담은 사진 액자를 걸어 놓기를 제안한다. 그 사진을 보면서도 예산을 낭비하지는 않겠지 하는 기대에서이다. 길거리에 튤립은 없지만, 늙어서 병들어도 정부가 치료비를 전액을 대주는 복지 선진국, 네덜란드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아닌가 한다. 올 겨울은 유난히 춥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