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의 마지막 주일, 26일부터 29일까지 사흘동안 보스톤에서는 미국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다. 대통령 후보를 뽑는 전당대회인 것이다.
그러나 말이 전당대회이지 실제로는 거대한 민주당의 정치적인 쇼인 것이다.
그 이유는 대통령과 부통령을 뽑는 대회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정·부통령 후보가 결정되어 있는 마당에 깜짝스런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 뉴스꺼리가 없다는 얘기이다.
대통령 후보의 연설 정도가 중요시될 뿐 그밖의 연사들은 찬조출연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의 메이저 3대 TV 방송은 그래서인지 저녁 10시부터 한시간 동안 생방송을 할 뿐이다. 물론 케이블 방송들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중계를 하는 곳도 있다. 대개 방송에 나와 연설하는 이들은 민주당 인사들이다.
이번 전당대회의 둘째날 론 레이건 2세의 등장은 그가 공화당이고 또 그의 아버지가 얼마 전에 작고한 공화당의 레이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었다.
그의 연설은 줄기세포의 연구를 허용하자는 것이 요지이다.
얼핏 보기에는 가장 인도적인 제목이다. 줄기세포의 연구로서 지금은 불치의 병인 여러 가지 질병을 앓는 환자에게 희망을 주자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가 알츠하이머(치매)로 10년을 고생하다가 죽었으니 한이 맺히기도 했을 것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살아있었으면 이런 연설을, 그것도 적진에 가서 하게 했을 것인가 의심스럽다.
더구나 그의 연설 내용을 보면 그렇다. 그는 연설의 초두에 그는 민주당원이 아니라고 밝히고 정치적인 목적으로서의 연설이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
그러나 연설내용은 그렇게 보기에는 의심스럽게 진행되었다. 그는 최근 과학의 발전과 함께 줄기세포(stem cells)의 연구는 여러 가지 난치병, 예를 들면 파킨슨, 당뇨병, 척추의 손상 등 여태까지 불치의 병으로 여겨왔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화당 정부가 이 연구를 허용하지 않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공격하고 있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줄기세포의 연구로 고칠 수 있는 병중에 알츠하이머는 빼놓고 있는 것이 흥미롭다. 마치 자기 아버지가 이것으로 덕을 볼 수 있는데 못 보아서 유감이라는 것을 표시하지 않기 위해서 그랬는지는 알 길이 없다. 잘못 들었나 해서 이튿날 신문에 난 연설문을 보아도 역시 알츠하이머는 빠져있었다.
결론적으로 그는 11월에 투표할 때는 줄기세포의 연구를 허용하는 정당의 후보에게 투표를 하자고 권유하면서 끝을 맺었다. 애초에 정치적인 연설이 아니라고 전제하고 시작한 연설이 본색을 드러내는 순간이다.
지금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부시의 공화당이 박빙 내지는 열세에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아직도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소수의 표가 당락을 좌우한다. 이런 판국에서 부시로서는 레이건 2세의 배신이 치명적일 수도 있다.
부시는 6월초에 레이건 대통령이 별세했을 때에 성대하게 장례식을 해주었다. TV들은 거의 일주일에 가까운 기간 동안에 실시간 중계방송으로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로인해 같은 기간동안에 손해를 본 것은 정작 다른 사람이 아닌 부시 대통령이었다.
이 기간에 부시는 유럽전쟁을 끝낸 미국의 놀만디 상륙작전의 60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프랑스에서 주재하였고 연이어서 미국의 죠지아주에서는 G8의 정상들이 모인 회의를 열었다.
부시로서는 TV에 많이 등장할 수 있는 기회였고 미국의 대통령뿐 아니라 세계의 지도자로서 미국인들에게 더 많이 알려질 수 있는 기회인데 거의 대부분의 행사가 장례식에 밀려 간단하게 취급되고 만 것이다.
애는 애대로 쓰고 레이건의 가족에게는 배신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과연 미국 사람들은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이제 8월 말에는 공화당의 전당대회가 열린다. 여기에서 인기를 회복하지 않는 한 부시는 `한번만 대통령을 한 부자 대통령'(one term President)의 기록으로 남겨질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