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책임한 아이디어의 표본 `임종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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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수정 최종수정 2006-11-06 10:21
종합병원에 임종실이 필요하다는 얘기가 요즘 갑자기 등장했다. 마지막 가는 마당에 지금의 병원은 너무 시끄럽고 인간의 존엄성이 조금도 존중되지 않는 환경이란 얘기였다.

호스피스(hospice)란 이름으로 마지막 가는 환자를 잘 돌보아주는 병원은 국내에는 강남성모병원 한군데 밖에 없다는 얘기도 곁들였다.

연이어 외국에서는 병원에 임종실이 웬만한 곳에는 다 갖춰져 있어서 가족이나 환자가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최후를 맞이할 수 있다는 얘기였다.

며칠이 지나자 이번에는 한 국회의원이 종합병원에 임종실의 설치를 의무화하는 법안을 제출하겠다는 기사가 1면의 톱을 장식했다. 법 개정의 취지로서 그 국회의원은 “국내 대부분의 병원에 임종실이 없어 환자들이 인간으로서 품위를 지키면서 영면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다른 환자와 가족들도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는 실정”이라고 주장하면서 “종합병원만이라도 임종실을 설치하도록 의무화해 환자 및 가족의 공포와 고통을 가급적 줄여주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이 그렇고 임종실의 설치가 문제를 시원스레 해결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이처럼 간단하지 않다. 더 복잡하다.

의료체계를 전혀 바르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며 외국의 실정도 잘못 알고 있다. 이런 문제를 핵심을 파악하지 못한 초보적인 사고방식만으로 국내의 지도적인 위치에 있는 언론이 문제의 해결(?)에 접근하고 있고 특종인양 보도하고 있어서 한심스럽다.

더구나 국회의원이 이를 받아 정확한 조사 없이 입법까지 서두르고 있어 딱한 생각까지 든다. 이것이 법제화까지 되지는 않겠지만 노파심에서 사실을 적어본다.

우선 외국의 병원들이 한국의 신문기사가 보여주듯 대부분 임종실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미국의 병원에서 20여년을 약국장으로 일한 필자의 경험으로는 너무나 황당한 얘기이다.

또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사람은 누구도 자기가 죽을 날짜를 예측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오늘날 사람이 임종에 이르기까지는 대개 몇가지 과정으로 요약해 볼 수 있다.

첫째로는 각종 사고나 급성질환으로 사망하는 경우이다. 이때는 병원의 응급실이 소위 말하는 환자의 임종실이 된다. 이때도 응급실(emergency room)은 환자가 며칠을 견뎌낼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다. 응급실에서 몇 주 또는 몇 달까지 버티는 환자를 흔히 볼 수 있다.

이럴 때는 흔히 환자의 회복보다는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의료기술이 많이 이용된다. 이를 방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치료위임장(health care proxy)이란 제도가 많이 이용된다.

평상시에 생명을 단순히 연장시키기 위한 의료기술 즉 인공영양, 고도의 항생제 사용, 인공호흡, 전기쇼크 치료, 수혈, 인공유산 등을 거부할 권한을 가질 수 있다. 이 권한을 문서로서 배우자, 자녀 또는 친지에게 평소에 위임해 놓는 것이다. 많은 환자의 경우는 응급실이 임종실이 된다.

둘째로는 나이가 많이 들어 만성질환으로 고생하다 죽는 경우이다. 대표적인 예가 치매의 경우이다. 이런 때는 죽을 날짜를 짐작할 수가 없다. 얼마전에 돌아간 레이건의 경우는 치매에 걸려 10년을 고생했다.

그러니까 이런 환자에게 임종실을 마련해 준다는 예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환자는 대부분 양로원에 입원한다든지 가정형편과 간병인을 구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경우는 자기집이 임종실이 된다.

이 양로원은 한국의 경우 아직 잘 제도화되지 못하고 있고 사회적으로도 널리 인식이 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을 비롯한 외국의 경우는 양로원이 많이 이용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양로원의 병상을 늘이는 문제와 양로원에 대한 보험의 적용 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종합병원에 임종실을 만들어 놓고 언제 사망할지 모르는 환자를 수용하여 의료자원을 낭비하는 것보다는 훨씬 합리적이다.

셋째, 요즘 자주 언급되고 있는 호스피스는 그 근본 개념이 잘못 알려지고 있다. 호스피스란 말기에 이른 암으로 다른 치료법이 없어서 포기한 상태이나 격심한 통증을 환자가 갖고 있을 때 진통제를 써서 통증을 경감시켜 주는 것으로 보통 환자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해 주는 것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가톨릭 계통의 의료기관이 환자를 인도적 견지에서 시작한 것이다. 이 호스피스요법도 꼭 병원에 환자를 입원시키고 하는 것이 아니다. 환자가 자기집에서 호스피스의 혜택을 받을 수 있으면 가족과 같이 마지막 날들을 편안하게 보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보통이다

종합병원은 의료체제상 소위3창 의료기관에 속하는 것으로 입원비용도 가장 비싸다. 가장 첨단의 의료기술이 가능한 곳이며 의료인력의 교육과 훈련이 행하여지는 곳이다. 그러나 요즘 얘기하는 소위 임종실의 개념은 더 이상 희망이 없는 환자를 다만 마지막 날들을 편하게 해준다는 뜻에서 얘기가 되는 것으로 안다.

만약 이런 것이 종합병원에서 시행된다면 그것은 가장 좋은 의료시설과 인력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인구는 고령화 되는 데 이에 따른 의료상의 근본적인 문제는 연구가 되지 않고, 그때그때 등장하는 문제(?)를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너무나도 무책임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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