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세계 최고의 다이빙 포인트 Sipadan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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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수정 최종수정 2006-09-26 16:35
▲ 약사스쿠버다이빙 동호회장 김재농 약사 (광명시약사회장)
밀가루 보다도 더 곱다. 발에 닿는 감촉이 한없이 부드럽다. 얼마나 오랜 세월이었으면 산호가 이렇듯 부드러울 수가 있을까? 수억만 년 전 고생대부터 살아왔다는 산호! 수많은 지구 격변을 이겨내고 지금도 왕성한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 산호!

그 신비로운 산호모래를 밟으며 섬 주위를 걷고 있다. 30분이면 한바퀴를 돈다고 한다. 해변을 따라 몇 개의 다이빙 리조트가 있고 숲 속에는 원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다. 전화는 물론 TV도 없는 불편한 생활이다. 강렬한 햇볕이 모래톱 위에 쏟아진다. 나무 그늘로 숨어드니 한결 시원하다. 연녹색의 바다가 끝없이 펼쳐진다. 정말 살맛 난다. 가슴에 안겨오는 열대의 자연이 싱그럽다. 이런 곳에서 한 세상 살아봤으면….

인천에서 5시간의 비행 끝에 말레이시아 사바주에 있는 코타키나발루에 도착했다. 비행장을 빠져 나오면서 "아-좋다"를 연발한다. 나는 아무래도 열대 체질인가보다. 따뜻한 나라에만 오면 이렇게 좋으니. 비가 와서 후텁지근하지만 바람에 흔들리는 야자수만 보아도 그저 기분이 좋다. 길가에 무성하게 자라는 이름 모를 풀잎마저 사랑스런 눈길을 주고싶다.

다시 국내선 비행기로 50분, 또 자동차로 한 시간 반, 다시 쾌속 보트로 45분간 바다를 달려 겨우 시파단 근처에 있는 마불(pulau Mabul) 섬에 도착한다. 이렇게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쿠버다이빙 포인트인 시파단 섬으로 가는 길은 멀고도 지루하다.
마블섬 House-Reef에서 첵크-다이빙으로 몸을 풀고 바로 시파단 본 섬으로 달린다. 쾌속 보트로 20분 거리. 망망대해에 떠있는 녹색의 작은 섬 시파단이 시야에 들어올 때 환호가 터진다. 마치 보물섬이라도 발견한 것처럼. 다이빙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아름다운 섬이다. 유서 깊은 보르네오 리조트에 서니 멀리 까팔라이 수상마을이 가물거린다. 잠깐 휴식하고 그 유명한 바라쿠다 포인트에서 첫 다이빙을 시도한다. 너무나 감격스럽다.

입수하자마자 거대한 거북이가 다가온다. 초록의 등판에 끔벅거리는 검은 눈동자, 길게 목을 빼고 너울너울 날갯짓하며 심연으로 살아진다. 그리고 발 아래에선 상어 한 마리가 꿈쩍 않고 누워있다. 마치 사나운 사자가 먹이를 포획하기 직전에 몸을 움츠리고 노려보는 자세 같다. 그도 잠깐, 곧이어 떼를 지어 나타났다. 가슴이 섬뜩하다. 그들 특유의 각진 꼬리지느러미와 주둥이가 공포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한편에선 점박이 이글-레이(가오리의 일종)가 유유히 지나간다. 양 날개를 위로 약간 젖혀 올리고 몸체보다 4배나 더 긴 꼬리를 끌며 지나가는 모습이 얼마나 고고(孤高)한지. 그 우아한 자태에 도취되어 한동안 멍하니 바라본다.

풍덩! 장엄한 생명 속으로...

이렇게 두려움과 감탄으로 시작된 다이빙은 회수를 거듭할수록 흥미롭다. 시간이 아까워서 억수같이 쏟아지는 열대성 호우를 뚫고 다이빙을 했고, 세찬 바람에 성난 파도를 헤집고도 바다를 갈랐다. 어디를 가나 상어와 거북이다. 그러나 귀한 트리거 피쉬나 춤 잘 추는 프로그 피쉬, 나뭇잎전갈 고기 같은 희귀한 어종도 다양하다. 터틀-팻취(Turtle patch) 포인트에선 아름다운 코랄 정원을 본다. 그런데 그 아름다운 산호 밭에 거북이들이 수 없이 많다. 산호 위에 앉았거나 때로는 둥실둥실 떠다니니, 마치 꽃밭을 노니는 나비 같다.

시파단 섬은 700m를 곧추선 원기둥의 맨 꼭대기에 불과 1~2m 노출된 육지다. 이 원기둥에 바위 틈바귀가 많은데 전부 고기 집이다. 크고 작은 거북이들이 틈틈이 둥지를 틀고 휑하니 바람을 쐬고 들어온다. 다이버들을 겁내지도 않고 큰 눈을 끔벅이며 이야기한다. 알아들을 수는 없지만.

그러나 시파단의 유명한 볼거리는 따로 있다. 큰 갈치처럼 생긴 바라쿠다 피쉬나 이마가 크게 돌출된 버팔로 피쉬, 잭 피쉬 등의 거대한 회전무(回傳舞)를 보는 것이다. 말만 듣고 사진만 보았다. 그런데 우리는 정녕 보지 못할 것인가. 만 이틀동안 7차례의 다이빙을 치렀지만 흔적도 볼 수 없다. 내일 못 보면 떠나야하는데.

마지막 날 2번째 다이빙이다. 일본 아가씨 미시요 마스터는 입수하자마자 강행군이다. 천천히 흐르는 조류를 타고 쉬지 않고 이동한다. 오른편엔 가파른 절벽이 높고 깊다. 산호며 작은 볼거리들은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도중에 무리를 떠난 바라쿠다 몇 마리를 보았을 뿐 9명의 다이버들은 말 없이 흘렀다. 30분을 지나 40분이 경과했다. 내 마음 속은 불만으로 가득 찬다. 잔여 공기를 나타내는 게이지는 이미 적색선에 들어섰다. 다른 친구들도 계속 게이지를 들여다보며 불안해하는 모습이다. 공기의 소모를 줄이기 위해 약간 상승하며 따라 붙는다. 이젠 안 돼 떠야 해! 바로 그때다.

무엇이 온 바다를 덮쳐온다. 먹구름이었다. 아니 산이었다. 어마어마한 잭 피쉬 무리가 이동해 오는 것이다. 장관이다. 그들은 앞을 똑 바로 보면서 질서정연하게 행군하고 있다. 눈동자 하나 흔들림이 없다. 그 위엄에 눌려서 멈칫한다. 그렇다고 보고만 있을 수 있으랴. 무리 속으로 돌진해 들어간다. 그러나 두려워하거나 도망가지 않는다. 다만 멀어져갈 뿐이더라.

그때 무리의 앞 부분이 수면 가까이로 솟구친다. 회전이다. 거대한 회전무가 일어나고 있다. 블랙홀이다. 무엇이던 빨려 들어갈 것 같다. 아- 무리의 힘이란 이런 것인가! 아무 보잘것없는 잭-피쉬 따위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힘을 과시하며 바다를 휘젓고 다닌단 말인가.

3번째 다이빙에서도 그들을 보았다. 그들은 태양을 도는 혜성과 같다. 시파단 원기둥을 몇 바퀴 돌고는 또 어디론가 사라지니 말이다. 비록 바라쿠다와 버팔로의 역동적인 군무를 보지는 못했지만 나는 만족했다. 오묘(奧妙)한 대자연의 섭리 앞에 삼가 옷깃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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