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휴전직후, 한국은 농사짓는 것이 주요산업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이면 양식이 부족하여 춘궁기(春窮期)가 어김없이 돌아오는 가난하고 배고픈 나라였다.
양식이 부족하여 배를 곯는 사람들이 넘쳐나는 그런 시절이었다. 보리를 수확할 때까지는 아지랑이 피어나는 계절의 변화가 시심(詩心)을 돋우기에는 인간으로서의 원초(原初)적인 욕구가 너무나 강하던 그런 때이었다.
한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승만씨가 왜 한국사람들은 쌀밥만을 고집하여 식량을 외국에서 수입하여야 하는가, 달걀이나 고기도 섞어서 먹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느냐고 하여 국민들의 어처구니없는 분노를 샀던 그런 시절이었다.
당시의 국민소득은 단돈 100달러도 안되는 그런 때었다.
국가경제를 지탱해 줄 산업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닌 시절이었다. 공산당들의 침공으로 동족상잔의 상처가 곳곳에 드러나 있는 시대였다.
당시의 신문을 보면 약 광고가 으뜸이었고 그 다음으로 극장의 광고가 주종을 이루었다. 약이나 영화나 다 같이 외국의 수입품이 유통되던 때이었다.
따라서 의약품의 유통에 관한 정보가 무엇보다 절실히 요구되던 때였다. 이런 시대적인 요청에 따라 고고(呱呱)의 소리를 높이 올리고 태어난 것이 약업신문이다.
오늘로부터 꼭 50년 전이다. 반세기전 동암 함승기 선생의 놀라운 결단이다. 전문(專門)신문의 역사를 새로 연 것이다.
약업신문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전문신문의 역사이다. 물론 그 과정에는 숱한 어려움도 많았다.
그 대표적인 것은 사회의 전문신문에 대한 몰이해와 천대였다.
이는 전문신문에 종사하는 인사들이나 기자의 자질과도 동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오로지 정도(正道)만을 걸었던 약업신문에는 견디기 어려웠던 시련을 안겨주기도 했다.
5.16후 서슬이 시퍼렀던 군정시절에는 전문신문도 불필요한 자체 인쇄시설을 갖춰야 했던 일, 전두환 정권시절에는 언론통폐합정책으로 필요 없는 신문을 흡수해야 했던 일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런 모든 어려움을 극복하고 약업신문이 전문신문의 모범으로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은 오로지 신문사업에만 매진(邁進)했던 창업자의 전문신문에 대한 애정과 훌륭한 인재를 확보하여 좋은 신문을 만드는 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약업계의 정보유통의 중심에 섰던 약업신문의 경영자로서는 사업적인 측면에서 직접 제약업에 뛰어들 수 있는 유혹도 적지 않았으리라고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그러나 그는 오로지 한길만을 고집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오늘날의 약업신문을 만드는 성공적인 요인이 되었다고 확신한다.
또한 약업신문은 약업신문의 발전과 이익추구에만 그치지 않고 약업계의 발전을 위해 `약의상'을 제정하고 금년까지 172명의 인사들을 발굴, 표창하였고 전문신문협회를 통해서도 똑같은 상을 제정, 매년 시상하여 전문신문의 공동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오늘날의 전문신문은 수적으로나 질적인 면에서 일간신문에 뒤지지 않는 많은 회사가 있다.
나의 약업신문과의 관계는 50년의 역사중 40년을 거슬러 올라가고 있다. 약학을 전공으로 선택했지만 신문에 푹 빠져버려 결국은 신문기자가 내 평생을 따라 다니는 대명사가 되어버렸지만 사실은 40년중 오로지 신문에 매달린 것은 10년밖에 되지 않는다. 30년은 미국의 병원약국에서 그래도 어느 약사 못지 않게 내 전공을 살렸고 청춘을 불살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약사'였던 때에도 나는 계속 약업신문의 기자 아닌 기자로서 지면을 차지하는 무례를 저질렀고 아마 그 글들을 모두 모은다면 어느 기자, 또는 어느 필자보다 많은 양을 차지했으리라고 자신한다. 또한 최근의 2년 동안은 약업신문의 사장으로 초빙을 받아 수구초심(首邱初心)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기고 싶다. (비록 그것이 뜻하지 아니한 질병으로 아쉽게 끝내야 하는 미완성으로 남아있긴 하지만) 약업계 곳곳에 출입하면서 기사를 쓰던 일, 전문신문의 역사상 처음으로 지령1000호 기념으로 100페이지를 만들어 내던 일, 같이 일하던 동료사원들과의 끈끈한 우정은 아직도 짙게 배어나곤 한다.
약업신문 사장으로 재직했던 장상길씨는 칼럼집 `멀고도 가까운 나라의 체험-미국에서 본 미국이란 나라'의 저자이기도 하다.
이 칼럼집은 저자가 30여년간 미국에 살면서, 일하면서, 생각하면서 미국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쓴 책으로 해박한 지식과 예리한 통찰력, 그리고 간결한 문장력으로 세계의 중심국가이자 최강대국인 미국사회의 분석 내지는 비판을 통해 넓게는 우리사회, 좁게는 우리 의약업계가 지향해야할 방향과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특히 `백신만능시대' `처방약과 OTC 대중광고' `세계에서 제일 큰 의약품시장' `비싸기만 한 미국의 약값' `약들의 비슷한 이름' `인터넷 약국의 등장' `미국에서 약사가 되는 방법' `프로작의 특허싸움' 등 의약계와 관련한 내용 뿐 아니라 `콘돔시의 콘돔박물관' `코카콜라의 비밀처방' `뉴욕타임즈는 권위있는 신문?' `힐러리 클린턴' `미국의 결혼식 풍경' 등 미국사회의 단면과 일상을 날카롭게 집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