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 실시되는 약사회장 선거는 대단히 중요하다. 약사들 앞에는 어려운 문제가 산적(山積)해 있고 앞으로 3년 동안 회장의 역할은 약사들의 장래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은 의약분업문제의 보완이다. 의약분업이 실시된지 3년이 되었지만 이 제도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례를 들면 의약분업의 가장 큰 수혜자인 국민들의 87%가 피해자라는 인식을 갖고있다는 여론조사가 나와있고, 약사들의 파트너로 가장 좋은 협조자가 되어야 할 의사들은 아직도 그들이 필요하면 조제를 할 수 있게 되어야 한다는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 약사들도 일부는 의약분업으로 손해만 보았다는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의약분업은 약사들이 주도해서 시작된 제도이고 그 제도가 정착(定着)되기 위해서는 회장을 중심으로 한 확실한 역할이 언제보다도 더 기대되는 때이다. 더군다나 지금 한국의 정치판은 어느 때 보다도 포퓰리스트적인 요소가 짙어 하루아침에 어떻게 변할 지 모르는 위험성까지 지니고 있다. 때문에 새로 선출되는 약사회장은 의약분업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이론을 가진 인사이어야 하며 또 약사회를 중심으로 의약분업에 대한 중지(衆智)를 모을 수 있는 인사라야 한다.
또한 의약분업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가 약사회 안에 수두룩하다. 약사와 한약사의 업무분장이라든가 이와 연관되는 한약조제약사의 문제, 나아가서는 약사에게 한약은 어떤 것인가 하는 좌표(座標)의 설정이 있어야 한다. 약대 6년제의 실시와 더불어 단순히 약학교육의 연한이 2년 늘어난다는 생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떠한 약사를 시대가 요구하며 이에 따른 교육이 실현되어야 한다는 방침이 화급(火急)하게 정립돼야 한다.
흔히 약사회는 약사들의 종주(宗主)단체라고 한다. 약사들의 단체 중 맏형격인 단체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과연 약사회가 맏형 노릇을 해왔는가 하는 점에 있어서 의문의 여지가 많다. 다양한 약사들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제동만 걸어왔지 않은가? 병원약사회나 한약조제약사회 등의 설립에 대해 보여준 대한약사회의 대안(?)은 비토 일변도(一邊倒)였고 그들을 포용하는 자세를 보기 어려웠다.
약사회는 또한 정치단체가 아니라 정책단체가 되어야 한다. 장사꾼의 단체가 아니라 전문인의 단체가 되어야 한다. 투쟁만을 외치는 단체가 아니라 설득과 대안을 제시하는 단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이번 선거는 약사회 최초로 `직선제'를 선택하여 모든 약사들이 투표에 참여하여 회장을 뽑는 역사적인 선거이다. 과거의 대의원 선거가 폐해가 많다고 하여 작심하고 선거방법을 고친 후 처음 갖는 선거이다. 약사회장이 되기 위해 막대한 돈을 쓴다든지 동문회를 동원하여 마치 약사회장 선거가 동문회장 선거를 방불케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마치 우리나라가 대통령선거 때 마다 지역으로 갈라서는 것처럼. 약사회관에 걸린 “선약사후동문”(先藥師後同門)이라는 휘호와 같이 약사를 먼저 생각하고 누가 이 나라의 약사들의 장래를 위하여 이 중요한 시점에 회장으로서 더 잘 봉사할 것인가를 생각하여 투표하는 것은 온 나라 약사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벌써 5명이나 입후보를 선언하고 그들은 `출마의 변'을 내놓고 있다. 아무쪼록 그들의 경륜(經綸)과 공약사항을 잘 파악하여 투표하고 이번 선거가 `선동문후약사회장(先同門後藥師會長)'이 되어 돈선거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