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G는 의료의 질 저하를 가져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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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수정 최종수정 2008-04-16 17:19
포괄수가제라고 한국에서 알려지고 있는 DRG가 요즘 많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 같다. DRG는 미국에서 20여년 전에 시작된 제도로 하늘 모르고 계속 치솟는 의료비를 통제하기 위해서 시작된 제도이다.

우선 모든 질병을 480여 가지로 나누고 이들에 대하여 가격을 붙인 것이 이 제도의 큰 줄거리이다. DRG라는 말도 Diagnosis Related Groups의 머릿글자에서 딴 것이다. 그 이전에는 병원에서 보험회사에 의료비를 청구할 때 환자치료에 동원한 모든 물품(약품 포함)과 서비스를 나열하여 여기에 가격을 매겨 냈다. 그러니까 아무리 비싼 의료용구나 의약품을 사용해도 여기에 일정한 이윤을 붙여 보험에 청구하니까 병원은 손해 볼 것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의료비가 계속 늘어나고 환자를 병원에 오래 붙잡아 두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나는 폐단이 생겼다.

백내장 같은 간단한 수술이라도 환자를 병원에 2, 3일씩 입원시키면 그만큼 수입이 늘어날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DRG는 백내장 수술에 일정한 가격을 붙여 환자가 이틀을 병원에 있던 사흘을 있던 같은 금액을 수가로 지불하니까 사흘보다는 이틀을 입원시키면 그만큼 병원에 이득이 되는 것이다. 이틀보다는 당일로 환자를 퇴원시키면 더욱 좋을 것을 물론이다.  그렇다고 환자가 퇴원할 상태가 되지 않았는데 서둘러서 퇴원시키는 것은 물론 아니다.

미국의 병원에서는 요즘 소위 ambulatory surgery 즉 입원하지 않고 환자가 아침에 와서 수술 받고 오후나 저녁에 퇴원하는 수술의 종류가 크게 늘었다. 백내장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colonoscopy나 angioplasty같은 것도 하루에 해치운다. 여간해서는 이런 것들로 입원을 시키지 않는다.

한국에 DRG의 도입을 준비하면서 고려해야 할 것은 미국의 것을 그대로 답습할 것이 아니라 한국 특성에 맞는 DRG를 준비하는 일이다.

의협공청회에서 최근 지적한대로 미국의 병원은 개방형이기 때문에 의사의 수가가 포함되지 않고 있다. 의사는 따로 개업하며 병원을 이용해야 할 환자의 경우에만 입원시키기 때문에 그들의 수가를 따로 청구한다. 반면 한국의 병원은 개방형이 아니고 의사들도 모두 병원에 고용되고 있기 때문에 의사의 수가까지 포함된 DRG가격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일반의와 전문의를 구분하여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가를 합산하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본다.

또한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의료의 수준이 저하될 것이라는 우려는 근거가 없는 것이다. 오히려 환자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집중적으로 치료함으로서 의료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환자 한사람, 한사람의 치료를 잘 기획하고 실천함으로서 단기간 안에 병원이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환자를 집에 돌려보냄으로서 의료자원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건강보험의 재정을 절약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와 같이 환자가 병원에 입원하면 의사가 만족할 때까지 또는 환자가 스스로 낫다고 확신할 때까지 2주일이고 3주일이고 입원해 있는 일은 할 수 없게 된다. 오히려 병원들은 환자가 입원할 때부터 퇴원계획(discharge plan)을 잘 세워서 어떻게 치료를 하겠다는 목표를 뚜렷이 하는 것이다.

제약업계는 DRG제도의 시행은 병원이 경비를 줄이기 위해 싼약을 선호할 것이 아닌가하고 우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는 반대현상이 나타나게 마련이다. 값이 비싸더라도 꼭 써야할 약, 또 잘 듣는 약은 오히려 더 쓰게된다.

예를 들면 penicillin 주사제 같은 값싼 것이 특효약일 경우도 있지만 ceftriaxone주사제 같은 비싼약을 꼭 써야할 경우는 오히려 과감하게 써서 병상일수를 줄이는 것이 DRG의 참뜻이다.

좋은 약을 싼값으로 낼 수 있으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겠지만 비싼 약이라도 꼭 써야할 때 쓰도록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DRG제도로서 얻는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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