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사가 한약국을 개설하고 약사를 고용하면 일반의약품의 판매나 처방의약품을 조제할 수 있는가라는 질의에 대해 최근 복지부는 “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한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약사회관계자는 “(약사와 한약사가) 각각의 면허개념에서 자신의 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에 입각할 때 한약국에서 일반약사를 고용하여 일반의약품 및 전문의약품, 독극약, 마약류를 취급하고 처방조제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 대해 반대할 명분은 없다”고 했다고 한다.
만약 이것이 복지부나 대한약사회의 유권적인 해석이라고 한다면 대단히 잘못된 것이다. 엄연히 약사와 한약사는 다른 직종(職種)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약파동이라는 소동을 겪으면서 한약사라는 새로운 면허를 만들었고 약사는 한약조제시험에 합격한자에 한해서 한약의 제한된 범위 내에서의 취급이 허용되었다. 비록 약사법이 `약국이라 함은 약사나 한약사가 수여의 목적으로 의약품의 조제업무를 행하는 장소'(약사법제2조)라고 규정되어 있으나 약사는 약국을 개설하고 한약사는 한약국을 개설하는 것이라고 생각되어 왔다. 또 약국에 필요한 시설기준과 한약국에 합당한 시설기준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마치 한약사가 약사를 고용해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면 약사도 한약사를 고용해서 한약사의 업무범위에 속하는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얘기가 된다.
또 현행 약사법은 약사 아닌자의 약국개설을 금지하고 있다. 동일한 약사가 두군데 이상의 약국을 개설하는 것도 못하게 되어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유럽에서와 같이 체인 스토어형태의 약국기업이 용납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는 한 약사가 두세군데에 약국을 개설해도 약사법상의 약국개설자는 같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복지부의 법해석은 이런 것을 전혀 도외시한 자의적(恣意的)이고 옹졸한 법규정의 해석이 아닐 수 없다. 한약사가 약사를 고용하고 약사의 업무를 행한다면 이는 마치 약국을 약사 아닌자가 면허를 빌려 면허대여 약국을 차리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이러한 법해석은 마치 한의원에서 의사를 고용하면 일반적인 내과, 외과, 산부인과 등 모든 양방(洋方)의료행위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된다. 따라서 반대로 의사가 한의사를 고용하고 한방의료를 할 수도 있다는 연역적(演繹的)인 이론도 성립할 수 있다.
복지부는 한약사라는 직종을 창조한 정부 주무부처라는 점을 잊지 않고 한약사가 한약의 조제업무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업무분야를 명확하게 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자면 약사법에 기생(寄生)해 있는 한약사를 분리하여 한약사법의 단독입법같은 것도 고려해야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이 문제는 같은 정부라도 서울시가 동일한 질의에 대해 “현행 의료제도상 약사와 한약사의 직능이 분리 규정되어 있기 때문에 한약사가 개설한 한약국에서 양약사를 지정하여 운영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이 타당하다.
대한약사회의 관계자가 누구인지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약사의 업무나 약국의 개설같은 중대한 문제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 거나 `약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이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이한 사고방식은 한마디로 한심한 일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