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윤택<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약ㆍ화장품팀장>국내 제약기업이 신약개발에 동기를 부여해준 중요한 제도적 변화가 있었다. 특허법상 1987년 7월에 개정된 물질특허제도가 바로 그것이다. 당시 우리 제약기업들은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를 회피설계하여 제네릭 의약품 위주로 사업을 하고 있어 의약품 분야에 물질특허제도가 도입되면 경쟁력 약화에 따른 퇴출위기 의식이 팽배했었다.
이와 같은 위기 의식 속에 제약기업의 특허전문가를 중심으로 ‘특약회’를 구성하여 특허분쟁 등에 대응하고자 노력하는 한편, 제약기업들은 신약개발을 시작하게 하는 사고의 전환을 이끌어 낸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
특허법상 물질특허가 도입되고 약 10여 년 후에 국산신약이 발매되었고, 현재 국산 신약은 16종으로 매년 새로운 신약이 발매되고 있다. 국산신약들 중에는 국내에서 발매 후 누적매출 3천억 원 이상이 넘어가는 고수익을 창출하는 신약들도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순수하게 기술이전만으로도 5천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신약후보품목들도 나왔다.
이상과 같이 국내 의약품 특허제도의 사례와 같이 지식재산권은 일정한 기술을 공개함으로써 산업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한편, 그에 대한 상응하는 보상으로 일정기간 독점권을 부여함으로써 연구개발을 촉진하고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 기존에 코헨(Cohen, 1997), 아룬델(Arundel, 1998) 및 최근에 특허와 저작권 제도를 철폐하자고 주장하는 자유주의 경제학자인 미쉘 볼드린(Michele Boldrin), 데이빗 케이 레빈(David K. Levine )가 저술한 ‘지적 독점에 대항하여(Against Intellectual Monopoly, 2008)’에서 조차도 타산업에 비해 제약분야에서 특허의 중요성을 지적하고 있다.
최근 국내 대법원에서 전세계 블록버스터급 의약품의 시장지배력에 필수적인 중요한 특허가 무효판결이 확정되면서 자주 등장하는 용어가 에버그리닝(Evergreening) 특허전략이다. 마침 최근에 필자 연구진과 함께 특허청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 받아 이와 같은 주제로 연구를 완료했다.
에버그리닝 특허전략은 특허-허가연계등 특수한 제도를 바탕으로 특허의 존속기간을 연장하거나 다양한 특허망을 이용하여 특허출원 후 20년 이상 제품의 특허기간을 연장하여 시장에서 독점적 권리를 얻고자 하는 것을 말하며, 미국과 캐나다에서 특허-허가연계 제도가 시행되면서 언급되고 있는 용어이다.
에버그리닝 특허전략은 특허-허가 연계 등의 특수한 제도를 바탕으로 부실특허를 이용하여 시장의 지배력을 항구적으로 이용하는 부정적인 의미가 내포하고 있다고 하나 최근에 제약분야에 R&D의 생산성이 급속하게 낮아지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금과 오랜 시간을 투자한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입장에서는 최대한 투자자금을 회수하여 이를 R&D등에 재투자하기 위한 방법으로 어쩌면 당연한 전략일 수도 있을 것이다.
향후 우리나라도 한미FTA비준시 제약분야에 특허-허가연계라는 중요한 제도적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의 특허-허가연계에 따라 에버그리닝 특허전략에 대한 논란이 있었듯이 국내에서도 지금의 상황보다 더욱더 에버그리닝 특허전략에 대한 찬반논란이 가열될 것이다.
국내 제약기업들은 과거의 제네릭의약품 위주의 기업들에서 최근에 오면서 신약개발을 중심으로하는 기업과 제네릭의약품 위주의 기업들로 급속하게 양분화되고 있다. 이는 국내에 출시된 국산신약들이 기본특허가 만료되면서 과거에 대부분 외자사와 국내사의 특허분쟁에서 국내 오리지널 신약발매사와 국내 제네릭의약품 개발사간의 특허분쟁도 나타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향후 국내 제약산업이 점차 일본, 미국과 같이 자국내에서 제네릭의약품사와 신약개발사로 양분되어 특허 및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극명하게 차이가 날 것이다.
우리가 에버그리닝 특허전략과 관련하여 개량신약의 특허와는 분명하게 구분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부실한 연구성과물로 과도한 특허보호는 철저하게 배척하여 불필요한 특허분쟁 등의 사회적 비용의 손실을 최소화해야겠지만, 혁신적 개량기술을 바탕으로 공중보건의 필요성이나 시장에서 향상된 물질을 출시하기 위해 개발된 혁신적인 개량신약의 특허권과는 차별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