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원장>세계적인 경제 침체에 대한 각국의 대응이 심상치 않다. 미국은 19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가는 수준의 경기 진작책을 내놓고 있고, 중국도 사상 최대 규모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계획을 내놓고 있다. 이번 세계 경제위기는 책임 공방이 필요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시각이 우세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가에서 범국가적인 대응이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절대빈곤의 상태에서 괄목할 만한 경제 성장과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모범적인 자유 민주국가로 인정받고 있지만, 압축성장 과정에서 사회 분열과 갈등의 앙금이 축적돼 동맥경화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는 느낌을 버릴 수가 없다. 그나마 나눌 수 있는 파이 자체가 커지는 고성장 시대에는 이러한 갈등이 일정 부분 덮여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성장잠재력의 하락으로 경쟁이 격화하면서 이러한 갈등은 증폭돼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지난 10년 간 이러한 갈등 완화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배 개선을 위한 복지 예산을 지속적으로 늘려온 것이 이를 입증한다. 이제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사회보장비 비중이 10%선에 다가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 통합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지니계수는 금융위기 이후 악화된 상태에서 거의 개선되지 않고 있다. 선진국의 소득 재분배 이전 상태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심각한 불균형 상태였지만 조세와 사회보장 제도를 통해 갈등을 완화하고, 사회 통합을 이루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보장 시스템이 사회 통합에 실패하고 있는 것은 사회보험의 구조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사회보험은 보험료 납입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보험료 납입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는 애초에 사회안전망 구실을 못하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영세 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가는 형편이다. 따라서 이들은 미래를 위해 보험료를 납입할 여력이 없다. 이들이 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는 그나마 살아가지만 실업ㆍ재해ㆍ질병ㆍ고령 등 사회적 위험에 봉착하게 되면 바로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된다.
문제는 이러한 인구가 30~40%에 이른다는 점이다. 따라서 보험료 납입 능력이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사회보험은 그들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고, 결국 노동시장에서 소외받는 이들 계층이 사회보장에도 사각지대로 남게 된다. GDP의 6%를 사용하는 사회보험이 그나마 직장이 안정적인 사람에게만 돌아가니 사회통합 효과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은 뻔하다.
따라서 경제가 어려워질 것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사회보장의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시스템 개혁이 요구된다.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사회안전망이 전면적으로 보완된다면 우리 국민이 대한민국호를 함께 타고 있는 공동 운명체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여야는 12일까지 2009년 예산안 처리를 합의하고 이를 위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야당은 복지예산을 3조원 이상 더 투입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정부 여당도 이에 대한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제위기에 대비해 복지 예산 증액을 검토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좀더 신중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긴급 복지지원을 위한 예산은 지금 바로 증액돼야 하지만, 위기에 대비한 대규모의 예산 편성은 내년 초 임시국회에서 해도 늦지 않다.
사회안전망 개편의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예산을 조정하는 것이 지속가능한 사회통합을 위해서도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노사간 지역간 계층간 긴장관계가 지속되고 있으면서 사회적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