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병현 단장 <의약품심사평가선진화연구사업단>"현대 과학은 사유하지 않는다"
최근 의약품심사평가선진화연구사업단이 진행하고 있는 '팜 오케스트라 포럼'에서, 세계적인 철학자 이남인 교수가 청중들에게 던진 말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매일 연구실에서도 모자라 집에 와서까지도 항상 연구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는 것이 우리 과학자, 연구자들의 실상인데, 갑자기 '사유하지 않는다'고 하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남인 교수의 말을 좀 더 곱씹어 보면, 그 말의 함축적 의미를 대번에 알 수 있다.
개별 학문 영역에 있어서의 '사유'는 매우 심도 있게 진행되고 있음에도, 그것이 다른 학문 영역과 어떤 연관성을 갖는지 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사유'는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이는 마치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했을 때 그것이 좋은 일에만 쓰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자칫 인류를 멸망시킬 수도 있는 수단으로 사용됐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남인 교수의 이러한 지적은 우리 약업계의 '사유'에 있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약(藥)이라는 것을 단순히 연구실 속 화학합성의 산물로만 바라본다면, 이남인 교수의 지적처럼 '사유'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미 약(藥)이라는 것이 다학제적인 산물이고, 그 쓰임새 역시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약을 만들고 약을 다루는 사람들이 어떤 '사유'를 해야 하는지 더욱 명확하게 해주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약(藥)을 단순한 물질로만 바라보고,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약업계의 현실이기도 하다.
우리 약업계가 지금 보다 한 단계 발전하려면, 약(藥)을 물질로만 바라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적인 약(藥)으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몸은 좁은 약국과 연구실에 놓일지언정, 적어도 생각만큼은 무한한 확장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