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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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호 <한국제약협회 홍보실장>

약의 가치는 전염병의 퇴치와 수명 연장, 삶의 질 향상, 보건의료비 절감 등이 계량화됨으로써 증명된바 있다.

백신이나 항생물질이 개발돼 간염, 폐결핵 등을 감소시키거나 퇴치하여 평균수명은 1900년 47세에서 2000년 80세로 높아졌다.

보건의료비 절감은 이미 보스턴 컨설팅 그룹의 소화성 궤양 치료사례 연구보고를 통해 증명됐다. 1977년 위궤양 치료를 위한 신약이 나오기 전만해도 미국에서는 연간 9만7천명이 궤양치료 수술을 받았으나 신약의 복용으로 인해 1987년에는 연간 수술 환자가 1만7천명으로 감소했다. 1990년대 초 궤양환자의 수술비는 2만8천달러인데 비해  약품치료비는 연간 900백달러로 질병을 관리하는데 드는 전체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발휘했다.

약의 가치가 여기서 머무는 것일까?

요즘 일부 국가에서는 곡물 수출을 제한하거나 중단하는 등 '식량무기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는데 '약의 무기화'도 조만간 우리에게 현실로 닥칠 것이다.

정로환(크레오소트환)은 청일전쟁 당시 일본 병사들이 설사로 인해 죽어나가자 만들어진 설사약이다. 러일전쟁에서는 약의 이름까지 정로환(征露丸 러시아를 정벌하자는 의미)으로 바꿀 정도로 효과가 대단했고, 전쟁을 승리로 이끄는 데 한몫했다.

조류인플루엔자가 인체에 쉽게 전염될 수 있게 변이된다면 인류에게 대재앙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변이 바이러스를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한 국가는 큰 힘을 갖게 될 것이다.

이처럼 약의 가치는 크기 때문에 약값을 원가개념으로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제약회사는 약으로부터 적정이윤을 창출하고 재투자하여 신약을 만들어 내고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게 되는데 여기서 더 많은 환자를 살리고 세금도 내는 순기능을 하게 된다.

마치 수천, 수만개의 시추공을 뚫어 한곳에서 석유를 뽑아내듯이 실패할 위험을 감수하고 수년이 넘는 시간과 수천억원의 자금을 투입하여 개발한 약이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면 제약회사는 연구개발의욕을 상실하게 된다. 아마도 그 피해는 환자와 변이 바이러스의 미래 환자가 될 수도 있는 우리 모두에게 돌아오게 될 것이다.

좋은 약 싸게 공급한다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하지만 좋은 약이 싸게 공급될 수 있는지 생각해 보면 이는 불가능한 구호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적정한 가격을 받지 못하는 모든 재화는 그 품질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약을 비롯한 모든 재화는 적정해야 한다.

특히 약값은 다양한 가치를 고려할 때 생산원가에 의해서 책정하는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 비용, 약물이 환자와 사회에 기여하는 정도, 국가의 경쟁력 강화 정책 등을 감안하여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즘 건강보험 재정 안정만을 목표로 강행되는 약물경제성평가, 그리고 약가인하가 올바른 길인지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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