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연구: 선택과목인가 필수과목인가? (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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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성훈<서울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최근 미국에서 대화 중 한 친구로부터 들었던 말이 생각 난다.

미국은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없다. 왜냐고? 될 때까지 하니까. 당시에는 우스개 소리로 듣고 말았지만 미래의 가치를 보고 투자하고 새로운 것들을 추구함에 인센티브가 주어지는 사회, 그러한 문화가 이루어진 곳에서 신약사업은 꽃을 피울 수 있는 것이다.

그들은 생명과학의 연구가 수많은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그 경험이 궁극적으로 인류의 생존에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국민적인 동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바이오 및 신약사업의 현실을 보면서 미국의 서부개척정신은 아직도 살아있구나 하는 것을 절감한다.

그래 그곳은 그곳이고 우린 아직 여유가 없으니 당장 먹거리가 아니면 생각치 말아보자. “약”도 분명 산업 제품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약이란 돈으로만 그 가치가 계산될 수 없는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주는 특수한 산업제품이다.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미국 드라마 “Lost”에서 섬에 조난당한 사람들이 파손된 비행기에서 간절히 찾는 것은 약이었지 자동차, 컴퓨터, 핸드폰이 아니었다.

같은 산업제품이라도 삶의 편의를 제공해 주는 것들과 천하보다 중한 인간의 생명을 지켜줄 수 있는 산업 제품을 같은 경제와 실용의 잣대로만 비교하는 것은 그 사회의 인명 존중에 대한 정신을 반영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만약 우리가 당장의 경제성만을 고려하여 생명공학과 치료제 개발을 포기한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각종 난치병, 광우병, 조류독감 등의 신종 전염병, 슈퍼박테리아의 출현에 대하여 우리의 생명 주권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 외국이 치료제를 개발해서 팔아주기만 기다려야 하는가?

최근 조류독감에 대한 치료제를 충분히 수입하지 못하여 불안해 했던 상황은 언제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그때는 아마 가격이 문제가 아닐 것이다. 또 각종 생명공학제품과 농수산물이 수입될 때 그들의 안전성 여부를 누가 챙길 것인가?

우린 아무 대안도 제시하지 못한 채 외국에서 규정한 안전성 기준에만 의존하여 검역할 것인가? 이번 쇠고기 수입 건도 전문과학자들과 정부가 긴밀히 사전 협의를 했었더라면 어려움이 적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최근 안철수씨가 정체되어 있는 국내 벤쳐업계의 현황에 대하여 비판한 것에 동감하는 바이다. 당장의 현실에 집착하여 미래의 가치에 투자할 수 없는 사회, 그 사회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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