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시련 (영남대학교 명예교수, 와인교육가)2008년 5월은 국내외적으로 와인문화 역사에 남겨질만한 일 들이 제법 많았다.
우선 8일부터 10일까지 COEX에서는 국제주류 박람회가 있었고, 14일부터 17일까지는 KINTEX에서 세계주류 박람회가 성황리에 열렸었다. 두 행사 모두 지난해 보다 참가 부스(booth) 숫자는 물론 종래에 쉽게 볼 수 없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라든가 헝가리나 터키 와인들도 출품하여 그 종류와 수량 그리고 관람자 수 등에서 규모가 많이 늘어난 것을 보면서 한국의 와인 열기가 급증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지난 5월 16일에는 신세계 와인의 거성(巨星) 로버트 몬다비(Robert Mondavi 1913-2008)가 95세를 일기로 나파벨리(Napa Valley)의 중심부 오크빌(Oakville)에 위치한 몬다비 포도원에서 타계하였다.
캘리포니아의 전통적인 양조장 아들로 태어나 스탠포드 대학을 나온 후 유럽에 머무는 동안 그는 프랑스 와인의 전통기법을 도입해야함을 절실히 느끼고 돌아왔으나 그의 가문에서 그의 의견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1966년에 그동안 동업하던 형제들과 고별하고 독자적으로 나파벨리에 그의 와이너리를 만들었다.
몬다비는 캘리포니아 와인의 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위대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평소 소신대로 프랑스 보르도의 유명한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와 합작하여 각고의 노력 끝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나파벨리 와인 ‘오퍼스 원(Opus One)’을 탄생시킨 장본인으로 단연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세계적인 와인메이커 반열에 우뚝 선 인물이다.
그의 이름은 소위 신세계와인의 역사에서 새로운 도전을 통한 확실한 성공 신화의 대명사가 되었다. 로버트 몬다비! 그는 이제 나파 와인의 향기와 함께 영면하리라…
▲ (R. Parker 와 신라호텔에서, 2008. 5. 30.)
300명이 참석하여 초여름 밤의 열기를 느끼게 하는 자리에서 그는 “평범한 미국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대학을 다니며 21 세 때 프랑스 여행에서 처음 와인을 맛보게 된 것이 와인과의 인연 이었다”고 하였다.
평범한 농민의 아들이 변호사가 되었다가 이제 “와인의 황제”라는 칭호를 받았으니 그의 인생에서 보이지 않는 이면에는 또한 얼마나 유별난 노력이 있었을까?
멋진 와인의 특징을 찾아보듯 그의 품성을 찾아보려고도 노력해 보았다.
대구에서 살고 있는 필자가 이 와인황제의 흔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아주 엄청나게 값비싼 와인 디너에 참석한 것은 와인 애호가로서의 호기심과 기대감에서 뿐만 아니라 그를 통해 새로운 무엇인가를 배워 와인 교육가로서 더 보람 있는 강의를 하고자 함에서였다.
이날 밤 참석자 모두들은 와인이 자기 자신에게 무엇인가를 새삼 느끼게 해 주는 계기도 되었을 것이다. 필자가 느낀 것은 “와인은 인생이며 예술이며 과학이며... 그리고 자연현상”이었다. (사진: R. Parker 와 신라호텔에서, 2008. 5. 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