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관련 정책이나 쟁점에서 여타 직능단체에 조금의 양보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빈축을 사온 의료계가 약사가 감염병 역학조사관을 맡는 것에 대해 또 딴지를 걸고 나왔다. 메르스 발병으로 인해 온 나라가 홍역을 치루고 쑥대밭이 된 지경에서 또다시 소아병적 직역이기주의가 발로하는 듯 해 아쉽기 짝이 없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를 놓고 상생과 협력의 대상이 되어야 할 보건의료계가 이처럼 반목을 거듭한다는 것은 참으로 부끄럽고 유감스런 일이 아닐수 없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는 지난 6월 역학조사관 자격에 ‘약사’를 포함시키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는 감염병예방 관리법 개정안을 통과 시킨바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국가방역체계의 후퇴를 초래하는 개악이라고 규정하고 즉각 철회 해 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그 이유가 가관이다. 단지 보건의료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역학조사관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글로벌스탠다드에 역행하는 조치이며 이는 분명 정략적인 고려를 염두에 둔 조치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한 술 더 떠 약사를 역학조사관으로 인정할 경우 국가방역체계의 부실화를 초래 해 제2 제3의 메르스사태가 닥쳤을때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감염병예방 관리법의 개정은 취약한 국가방역체계를 개선할 목적에서 역학조사관의 역할이 중차대함을 인식하고 국회가 법 개정을 통해 자격인정 기준을 강화 확대키로 한 것이다.
즉 방역역학조사 또는 예방접종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포함 의료인, 역학조사 교육 훈련 과정을 이수한 사람, 그밖의 관련분야 전문가에 더해 약사를 포함 시킨 것인데 이것을 문제 삼아 약사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나선 의료계의 무지함(?)에 대해 크게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역학조사관은 감염병의 확산이 예견되는 긴급한 상황에서 즉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면 감염병이 확산돼 공중위생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것으로 우려되는 경우 일시적으로 오염이 인정되는 장소에 대해 일시적 폐쇄나 일반 공중의 출입금지, 해당 장소내 이동제한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또 경찰서장과 소방서장, 보건소장 등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이같은 역학조사관의 조치에 협조해야 한다. 메르스의 경험을 통해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 역학조사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우리는 절감한 바 있다.
의료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이 개정안은 국회를 통과했다. 그리고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이다. 산업현장이나 문화예술계에서도 콜라보레이션(colloboration)이 트렌드이고 학문연구도 융복합이 대세인 요즘 보건의료분야라고 예외일수 없다.
하물며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방역체계를 확고히 하는 과업에서 ‘의사따로 약사따로’일 이유가 없다. 약대6년 교과과정에서 필요한 독성학 분석학을 공부하고 임상연구 현장에서 감염병과 관련된 실무지식을 익힌 전문가라면 약사라서 굳이 역학조사관이 못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