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어색한 설문조사가 지난주 제약협회 이사회 석상에서 있었다. 이른바 ‘무기명 설문조사’라는 명칭의 제약협회 초유의 투표행위가 실제가 진행된 것이다. 어떻게 해서던지 리베이트 망령에서 벗어나 보겠다는 제약업계의 고육지책일수도 있겠지만 영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인민재판도 아니고 그렇다고 마녀사냥식으로 특정 희생양(?)을 골라내자는 것도 아니고 유치원 초등학교에서만 있을법한 그야말로 유치한 ‘이름적어내기’는 더더욱 아니었다. 때문에 설문조사는 끝났지만 깨름직한 잔상은 그리 쉽게 지워질 것 같지 않다.
익숙치 않은 이름의 설문조사를 주관한 제약협회는 비록 거명된 회원상에 대해 어떠한 법률적 제재나 형사적 책임은 물을수 없더라도 리베이트 근절 자정분위기 정착을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불공정거래 사전 차단을 위한 설문조사'라는 명칭으로 이사회 안건으로 올려진 '무기명 설문조사'는 리베이트 근절과 윤리경영 정착을 위해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업계내부의 묵시적 동의를 얻는데까지는 성공한 것으로 보여 진다.
일각에서 설문조사 거부론이 제기 될 정도로 갑론을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설문조사는 강행됐다. 썩 내키지는 않지만 리베이트 꼬리를 달고 검찰 경찰 국세청 공정위등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치도곤을 당하는것보다는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는 자괴감도 반영됐다.
현실적인 고민과 함께 리베이트 근절이라는 대승적 차원의 명분도 한 몫을 담당 했을것으로 짐작된다. 결과는 협회회장만 확인하고 파기될 것이라고 한다. 거명된 제약사에는 어떤 형식으로든 통보되고 주의를 환기시킨다고 한다.
제약협회 설문조사는 차기 이사회를 포함해 리베이트 근절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고 판단될 때까지 계속 진행된다고 하니 참으로 애처롭기 짝이 없다. 아무런 성과나 결론도 없이 그저 손 놓고 있느니 무엇이라도 해 봐야 하지 않겠느냐는식의 결기만으로는 이룰것이 없다.
바쁜시간 유력제약사 대표 수십여명이 모여 하나마나한 투표행위로 리베이트를 잡을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고육지책(苦肉之策)도 두 번 세 번 반복된다면 이는 더 이상 고육지책이 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