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가 요즘 은퇴자금 10억이라는 화두로 은근히 달아 오르고 있다. 뜬금없이 웬 10억이냐고 할 수도 있지만 로또 얘기가 아니다. 리베이트투아웃제 시행으로 내부고발자에게 신고포상금으로 최대 10억까지 제공된다는 법규정이 만들어 낸 결과이다.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정책당국의 의지라 할지라도 업계내부에서는 여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는 분위기이다. 상징적 의미로 치부하고 마냥 실소(失笑)로 넘기기에는 사정이 간단치가 않다는 것이다. 그만큼 업계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정황일수도 하다.
제약업계는 리베이트투아웃제 시행을 앞두고 나름대로 대비책을 강구하는 모습들이다. 제약협회는 공정경쟁규약과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살린 윤리헌장과 실천강령 제정작업을 추진 마무리단계에 있다고 한다. 개별 제약기업들도 공정거래자율준수프로그램(CP)을 만들고 서약식을 갖는 등 투명경영과 윤리경영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이같은 노력은 적어도 무차별 가격경쟁과 무리한 영업활동이 일상적이던 이전 업계의 모습과는 상당히 진일보된 측면이 아닐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리베이트 망령은 여전히 살아있다는 현실적인 두려움이다. 여기에 더해 제약산업 전반을 불법리베이트가 만연하는 잠재적 범죄기관으로 몰아가는 시각도 있다. 제아무리 내부단속을 잘 하더라는 비현령비현령식 단속이 이뤼지면 제약업계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윤리헌장·실천강령·CP프로그램 구축으로 모든 제약영업 마케팅 활동이 깨끗해질수 없고 내부종사자들 역시 은퇴자금 10억이라는 거액의 유혹에 빠질 경우 내부고발은 언제든지 이뤄질 개연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옛말에도 한명의 도둑을 열명의 포졸이 지키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또 한 마리 미꾸라지가 온 개천물을 분탕질 한다고도 했다. 리베이트를 근절해 투명한 거래를 유지하고 건강보험재정의 유출을 막겠다는 정책목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국민건강권을 지켜야 할 제약산업은 살려야 한다. 쌍벌제를 반대했던 의사들의 입장과는 다른 차원이다. 빈대 한마리 잡겠다고 초간삼간을 태울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