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누구 때문?
이덕규 기자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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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 게바라는 거사에 성공한 카스트로가 동지들을 불러모은 후 이 중에서 '경제 전문가'(economist) 있으면 손들라는 물음을 '공산주의자'(communist) 있느냐는 말로 잘못 알아듣곤 앞에 나섰다가 쿠바 혁명정부의 초대 산업장관과 국립은행 총재를 맡았다고 한다.

물론 실제상황이었는지, 아니면 현실을 비틀어 묘사한 비유였는지 알 길은 없다. 원래 체 게바라는 그의 조국 아르헨티나에서 장래가 촉망받는 의학도였다.

옷이 몸에 맞지 않았던 탓이었는지 오래지 않아 그는 혁명을 전파하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자리를 박차고 떠나 볼리비아의 정글 속에서 최후를 맞아야 했다. 그리고 직접적 인과관계를 들먹일 수는 없겠지만, 오늘날 쿠바경제는 거덜이 나고 말았다.

인문학에서 말하는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에 해당할만한 개혁이나, 한층 과격한 형태의 혁명을 주창한 혁신주의자들에게 거의 불가분의 관계인 것처럼 따라붙었던 현실적 한계의 일면을 보여주는 일화라 할 수 있을 듯 싶다.

예기치 못하게 삶의 끈을 내려놓은 前 대통령의 비보가 뭇 사람들의 가슴을 아리게 하는 요즘이다. 여러 모로 우리 사회의 판을 갈아엎고자 했던 한 정치인의 좌절이 아마도 꿈을 접은 채 눈앞의 삶에 급급한 소시민들의 마음 속에 남의 일 같지 않게 투영된 결과일 게다.

지금 시야를 의약계로 돌려보면 과거 혁신론에 힘이 실릴 때마다 고정 레퍼토리의 하나로 제기되었던 리베이트 척결 이슈로 뜨겁다. 네버엔딩 스토리에 가깝지만, 현재좌표를 짚어보면 여전히 예전과 그리 달라진 것 없는 원위치 그대로다.

게다가 이번에는 흔들기 논란까지 더해지면서 업계 전체의 이미지 실추에 촉매제로 화학반응을 부추기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없지 않다. 문득 "이게 다 누구 때문"이라던 참여정부 시절 최고의 유행어가 떠올라 쓴웃음이 스친다.

개선이 시급한 현안들에 가위눌린 현실의 한가운데서 부질없는 "네탓" 언쟁에 삼천포로 빠질 일이 아니라 모두가 "내탓"이라는 자각과 결자해지의 각오로 신발끈을 조여야 할 때가 아닐까? 前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오버랩된다.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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