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와 '어닝시즌'
이덕규 기자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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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4월도 그 끝을 향해 치닫고 있는 요즘은 기업들의 1/4분기 경영실적 발표가 줄을 잇고 있는 '어닝시즌'(earning season)이다.

그런데 글로벌 금융위기의 한가운데서 맞이한 이번 어닝시즌은 새삼 안광이 지배를 철하게 하는 관전 포인트들이 여럿 눈에 들어온다. 외부적 요인에 속하는 환율변동 추이가 경영지표에 미친 영향은 한 예이다.

메이저 제약기업들 중 가장 빨리 실적을 발표한 축에 속하는 로슈社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지난 16일 공개된 이 회사의 경영실적을 보면 115억7,700만 스위스프랑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7%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이 세계 공통의 경제위기라는 비상시국임을 감안하면 한자릿수 후반대는 꽤 준수한 수치이다.

그러나 달러貨를 기준으로 하면 오히려 1%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변한다. 세계경제가 수렁에 빠져든 이후 오히려 강세로 돌아선 달러貨 강세의 미스테리 탓이다. 마치 환율인상으로 자국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면 가격인하 효과로 수출이 늘어나는 이치를 떠올리게 한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社도 같은 경우여서 22일 발표내역을 살펴보면 파운드貨를 적용할 경우 매출이 19%나 뛰어올랐음이 눈에 띄지만, 적용기준을 달리하면 5% 후진기어를 넣은 격에 해당한다. 23일 경영성적표를 공개한 노바티스社 또한 분기매출이 97억90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2% 감소했지만, 기준을 현지화폐로 바꾸면 8% 증가로 체인지되어 계수에 약한 머리 속을 헷갈리게 만든다.

그런데 이 같은 오락가락 패턴이 기업에 따라서는 경계해야 할 착시현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왕왕 목격하게 되곤 하는 것이 현실이어서 촉각을 곤두세우게 한다. 무엇보다 설령 같은 수치라고 하더라도 예년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약효 동등성'(?)을 확보하지 못한 수준의 것에 불과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당초 1조원 적자도 각오한다던 삼성전자는 1,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1/4분기 실적을 24일 공개했지만, 한꺼풀 속을 들춰보니 판매관리비를 1조6,000억원이나 줄인 것으로 나타난 점 등의 사유로 인해 일종의 역가(力價) 논란을 낳고 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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