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알 유희?
이덕규 기자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2008-09-03 13:57

"추후 의과대학에서 진행하는 보수교육(CME; continuing medical education)과 관련한 제약·의료기기 업체들의 비용지원을 엄격히 제한하고, 순수하면서 포괄적인 후원에 한해 취사선택적으로 수용해 나갈 것이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은 지난달 26일 이 같은 내용의 새로운 학칙이 오는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발표는 기업의 재정적 스폰서십이 자칫 의·약학 교육의 본래 취지와 내실을 희석시킬 가능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톤을 높이고 있는 현실을 배경으로 미국의 메이저 의과대학들 가운데 6번째로 나온 것이었다.

최근 미국에서는 의료계의 투명성 제고에 목적을 둔 개혁시도가 부쩍 활기를 띄고 있다.

지난해 4월 찰스 E. 그래슬리 상원의원(공화당·아이오와州)이 기업의 의료전문인 대상 교육 강좌 스폰서십이 사실상 매출확대를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고 있음을 꼬집은 보고서를 공개한 데 이어 5월 '의사 접대비 공개법'(Physicians Payments Shunshine Act) 개정안 제출을 주도한 이후의 일이다.
 
화이자社가 대학이나 수련병원, 학회에서 주관하는 보수교육에 대한 재정적 뒷받침은 계속하되, 의학교육 홍보 대행사들(MECCs)이 마련한 프로그램의 경우 직접적인 지원은 중단한다는 방침을 7월 내놓은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뒤이어 미국 제약협회(PhRMA)도 의료전문인들에게 식사 접대는 물론 심지어 볼펜, 머그잔까지 포함한 일체의 판촉물("reminder" objects) 제공을 삼가도록 하는 고도의 자율행동규약을 내놓았다.
 
스탠퍼드대학 의대의 필립 A. 피조 학장은 "학술·교육이 기업의 마케팅 방편으로 이용되거나, 영업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아선 안될 것"이라 말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국 의사들도 식사제공이 포함된 무료 보수교육이나 강좌에 워낙 익숙해져 있던 탓에 개혁을 거스르려는 일각의 저항기류가 없지 않다는 후문이다.
 
최근 미국 의료업계에 불고 있는 자정 바람이 단지 일시적이고 선언적인 이벤트에 그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은 우리와는 아무런 상관없는 먼나라 얘기만은 아니기 때문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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