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부터 시작된 기등재약 목록정비 시범사업과 본평가 대상 품목 발표의 여파로 제약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단일보험 상황에서의 보험약가인하는 제약사 매출감소에 직격탄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사실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을 통한 약가인하는 예고된 수순이었다. 이에 관한 내용은 이미 2007년부터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전후로 언급된 바 있고, 약제비 적정화 방안 시행 직후 복지부가 '보험약가 20% 일괄인하 방안'을 추진했다가 무산됐던 전례를 비춰 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오히려 복지부 등 정부 쪽에서는 그때 일괄적으로 약가를 20% 인하했더라면 지금에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은 없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된 이상 그것의 옳고 그름을 떠나 약가인하는 예정된 수순이고, 어차피 약가는 20% 떨어진다는 것이다.
보건당국은 기본적으로 약값의 20% 정도가 '거품'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거품인지 아닌지는 둘째치고서라도, 건강보험재정이 한정돼 있는 상황과 보험재정을 확충할 수 있는 뾰족한 방법이 없는 상황은 복지부 운신의 폭을 좁게 만드는 것이 분명하다.
건강보험료를 더 걷는다거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한다거나 하는 방법은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고, 고령화로 인해 약값 지출이 늘어나면 늘어나지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제약사들은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 대해 '방법이 잘못됐다', '왜 약값만 깎으려 하느냐'며 '단체행동'을 보일 태세다. 일부 외자계 제약사들은 시장철수 운운하며 으름장을 놓기도 한다.
하지만 배수진을 치고 '결사항전'의 자세로 보건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건설적이지도 못하고, 좋아보이지도 않는다. 차라리 이번 기회를 통해 보건당국과 소통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 향후 계속될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차피 약가가 떨어질 것이라면 괜히 보건당국에 '말 안 듣는 제약사'로 찍힐 필요는 없지 않은가?
국민 없는 국가 없고 환자 없는 제약사 없는 것처럼, 국내 제약사든 외자 제약사든 한국에서 약을 팔려면 한국사회 상황에 걸 맞는 기업운영 철학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