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밥 가게 아저씨의 추억
김지호 기자 뉴스 뷰 페이지 검색 버튼
입력    수정 2008-07-30 08:50

2~3년 전의 일이다. 회사 근처에 '욜'이라는 조그마한 가게가 하나 문을 열었다.

이국적인 이름만큼이나 특이한 냄새가 났고, 케밥이라는 이색적인 메뉴를 취급하는 가게였다. 지나는 사람들 모두 한번쯤 쭈뼛쭈뼛 들여다보며 관심을 나타냈지만 쉽사리 발을 들여놓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에 관심이 많은 편이던 나도 한참을 망설이던 끝에 들어가 보기로 결심을 했다. 너무나 인상 좋은 아저씨 한분이 겨우 두개의 테이블이 마련된 가게 안에서 숯불을 피우고 이국적인 음악을 켜 놓은 채 나를 맞았다.

가장 기본적인 메뉴를 물어 주문했다. 즉석에서 야채를 준비하고 고기를 숯불에 굽는데 15분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맛은? 아저씨의 좋은 인상과 기울여진 정성만큼이나 좋았다. 이내 난 그 가게의 단골이 됐다.

그 아저씨는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요리를 배우겠다는 일념 하에 터키로 훌쩍 떠나 한 시골의 음식점에서 생활하며 기술을 배워왔다고 했다. 하지만 자본이 충분치 않아 입지도 썩 좋지 않고 테이블도 나오지 않는 작은 가게를 열 수 밖에 없었다. 원 요리의 맛을 지키고 싶다는 고집 때문에 주문을 받고서야 숯불에 직접 굽는 방식을 택했다. 가격은 손님들이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 마진을 최대한 박하게 잡았다.

아저씨의 좋은 인상과 정직한 영업 탓에 적지 않은 단골도 생겼다. 특히 주변 여대에 다니는 외국인들이 많았다. 하지만 간식에 가까운 메뉴 특성과 좁은 가게로 인한 수용인원의 한계, 더딘 요리 시간, 박한 마진 등 여러 가지 원인들이 겹쳐 경영은 점점 어려워졌고, 끝내 가게는 문을 닫았다. 회사 근처에서 정직하고 맛도 있는 몇 안 되는 음식점 하나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안타까웠다.

약국을 취재하다 보면 실력 있고 정직한 많은 약사분들 중에도 이 케밥집에서와 같은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본과 무한경쟁, 그리고 프로츄어의 시대. 현실과 소비자들의 니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조금 더 냉철한 현실감각과 과감한 도전, 그리고 꿈을 향한 열정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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